[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주한미군이 배치를 추진 중인 고고도 미사일요격체계(사드ㆍTHAAD)의 효용성 여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북한이 '북극성 2형'처럼 고각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경우 사드 요격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각 미사일 발사는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이 들어오는 부산과 울산을 1차 타격목표로 삼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북극성 2형은 추정 사거리가 2500~3000㎞에 달해 한반도에 투입될 미군 증원 병력의 출발지인 일본 오키나와와 괌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러나 이번 고각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남한의 전 지역을 타깃으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14년 3월에도 평양 북쪽 숙천 일대에서 노동 미사일을 고각 발사해 사거리를 650㎞로 줄인바 있다. 노동 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마하 9.5인데 당시 최대 속도는 마하 7.5~8.0으로 추정됐다. 당시만 해도 노동미사일에 대한 사드요격이 확실시 됐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요격수단은 사드가 전부다. 패트리엇(PAC)-2, 3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극성 2형은 시험발사 당시 최대속도가 마하 10(음속의 10배)을 기록했는데 PAC-2, 3는 마하 4~5의 속도로 떨어지는 탄두만 요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M-3나 L-SAM은 개발 중이어서 배치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사드로는 요격이 가능할까. 군사전문가들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 군은 사드가 마하 8의 속도로 고도 40~150㎞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고, 정면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마하 14까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고각 발사된 북극성 2형이 사드가 배치된 성주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면 이론적으로 요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북극성 2형의 '요격 회피기동' 기능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북극성 2형 미사일이 비행과정에서 요격을 피하기 위해 90도로 수차례 진행방향을 꺾는 장면을 소개했다. 이 방식으로 북한이 요격 회피기동을 개발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드조차 무용지물이 된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비용과 정확도 등의 악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북극성 2형으로 남한을 공격한다면 경북 성주에 배치될 예정인 사드 1개 포대로는 확실한 '방패'가 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양 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탄두 부분이 뭉툭한 북극성 미사일이 끝이 뾰쪽한 스커드에 비해 회피기동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사드 무용론을 내세우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드 요격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8.2 수준이라 (최대속도 마하 10인) 북극성 2형을 요격하려면 정면으로 날아와야 가능하다"며 "여기에 요격 회피기동을 통해 각도가 5~10도라도 틀어지면 요격 미사일은 속도가 더 빠른 탄도미사일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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