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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있는 돈…통화정책 무용론 '솔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5초

작년말 단기 부동자금 1010조 '최대'…시중에 풀린 현금 100조
왼화적 통화정책 '경기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아


고여있는 돈…통화정책 무용론 '솔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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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통화정책 무용론'에 대한 우려가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이 단기자금으로만 흐를 뿐 소비진작, 기업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도 한국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을 시사했지만, 시장에서는 유럽ㆍ일본의 사례처럼 돈을 풀어도 돌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에서 현금, 단기 금융상품의 형태로 떠도는 돈은 현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1010조3000억원으로, 1년 전(931조3000억원)보다 79조원 늘었다. 단기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말 기준 시중에 풀린 통화량(M2ㆍ광의통화)이 2407조원으로, 시중 자금의 42%가 단기로 떠돌고 있는 셈이다.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49.3%로 가장 비중이 컸고, 요구불예금(20.9%), 현금(8.6%), 머니마켓펀드(6.1%), 6개월 미만 정기예금(6.0%), 증권사 투자자예탁금(2.2%) 등이 뒤를 이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부동자금은 금리, 부동산경기에 특히 영향을 받는데 최근 대출금리만 올라가고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돼 돈이 단기로 밖에 흐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현금의 총량인 '화폐발행 잔액'도 역대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작년 말 화폐발행 잔액은 97조4000억원으로, 100조원에 육박했다. 1년 새 10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나타내는 예금회전율은 12월말 기준 21.3회로 11년8개월만의 최저치였던 10월(19.4회)에 비해 1.9회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은 많지만, 경기 불황, 경제 불확실성으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과거 유럽재정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해 10월에 37.7포인트에서 12월 기준 48포인트로 급등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당시 52.8포인트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연구원은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 올라가면 국내 산업생산 증가율은 6개월 후 약 5.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통화정책 무용론'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돈이 금융기관에만 머물고 민간으로는 돌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초 최후의 수단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결정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시기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채권 매입 한도를 증액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화정책으로 돈을 풀어봤자 마중물 효과를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이라 난감한 입장"이라며 "그간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했던 건설경기도 가계부채 탓에 활성화 시킬 수 없어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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