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이 연일 화제다. 40번째 생일이 가까운 정치 신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39ㆍ무소속)이 돌풍을 일으키며, 여론조사 1위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5세 연상의 은사와 결혼한 이 순정남은 지지율 2위로 결선투표 진출이 유력시된다. 게다가 '마지막 승부'에선 극우정당의 르펜 후보에 더블스코어 차로 압승할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마치 한 편의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마크롱이 국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데는 따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오는 4, 5월 1차와 결선 투표를 치르는 프랑스의 대선 일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인용 여부에 따라 '벚꽃대선'을 치를지도 모르는 우리 형편과 잇닿아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대통령에게 좀 더 무게가 쏠린 이원집정부제를 갖고 있다. 극우에서 극좌까지 다자대결을 치르지만 선거 막판 으레 진보와 보수로 전선이 갈린다는 점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두 나라는 이번 선거에서 양 극단을 배제한 중도 진영의 민심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프랑스 대선정국도 마크롱에 앞서 중도 우파 진영의 공화당 대선후보인 프랑수아 피용이 '대세론'을 형성했다. 당내 경선에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쥐페 전 총리에 역전승하며 파죽지세로 차기 대통령 '0순위'가 됐다. 하지만 의원과 장관 시절, 아내를 보좌관으로 위장채용해 혈세를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순간에 몰락했다. 상식과 이치를 벗어난 사람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설 때 벌어지는, 우리가 봐왔던 '흔한' 모습이다.
벌써부터 탄핵 여론이 일고 있는 '혈맹'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를 저버리고 각박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 결과다. 이제 트럼프란 단어는 갈등과 분열의 동의어가 됐다.
최근 고(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지도자의 길'이란 유고(遺稿)가 세상에 공개됐다. 보수우파의 대표적 경세가였던 고인은 "우리 사회에 지도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 덕성을 키우는 노력은 많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아무나 지도자의 위치를 탐해선 안 된다. 치열한 고민없이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 앞에 무례한 일이요, 죄악"이라고 했다.
우리 역사도 이를 방증한다. 영악한 계산을 앞세워 '머리'로 정치를 했던 조선시대의 군주 '선조'는 북방 오랑캐의 침략에 '패배한 무장은 죽음'이란 잔혹한 통치술로 대응했다. 이는 왜(倭)에게 망국에 가까운 유린을 허락한 임진왜란으로 귀결됐다. 같은 시대에 '가슴으로' 백성을 껴안은 이순신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일본의 변방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열린사회와 희망을 가져올 우리의 새 지도자는 누구일까. 각자 냉철한 눈으로 톺아봐야 할 것이다.
오상도 정치부 차장 s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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