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폭발적 증가 뒤엔 지갑 얇은 2030 청춘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요즘 애들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나 봤겠어."
이런 말을 요즘 기성세대가 2030 청춘들에게 하려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된다. 대학생, 취업준비생은 물론 이미 취업을 한 젊은 층 상당수에게도 눈물 젖은 편의점 도시락 등 간편식으로 때우는 끼니가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홀쭉한 지갑을 손에 쥔 채 오늘도 가급적 저렴한 한끼를 찾아 나선다.
6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은 주요 고객인 20, 30대에게 꾸준히 선택을 받으며 두 배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편의점 씨유(CU)에서 도시락은 1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더 많이 팔렸다. 2014년 10.2%에 그쳤던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5년 65.8%, 지난해 168.3%로 뛰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2.1% 올랐다. 같은 기간 미니스톱의 도시락 매출 신장률도 82.2%로 높았다.
이에 따라 2014년 2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CU의 지난해 연령별 도시락 구매 비중을 보면 역시 20대가 31.4%로 가장 높았다. 30대(26.7%), 40대(19.7%), 50대 이상(13.2%), 10대(9%)가 뒤를 이었다. 20, 30대 매출 비중을 합하면 58.1%에 이른다. 편의점 도시락 구매자 10명 중 6명은 2030 세대라는 의미다.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증하는 1인 가구가 자주 찾는 상품이 바로 편의점 도시락"이라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알뜰 소비문화가 확대되고, 빠르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나는 점도 도시락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가성비와 함께 각 편의점들의 품질 업그레이드도 인기의 또다른 이유라고 본다"며 "도시락을 찾는 고객이 날로 많아지면서 업계에서 가성비 높은 집밥 콘셉트의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나 편의점 도시락이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20, 30대 배고픈 청춘들에게 집밥의 빈자리를 메워줄 순 없다. 직장인 최모(36·남)씨는 "퇴근 후 약속이 없으면 '뭘 먹을까' 하면서 음식점 주변을 서성이다 결국 4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남 눈치 보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먹을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을 집어 들게 된다"며 "달고 짜 웬만하면 크게 맛없진 않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다면 당연히 더 좋은 음식을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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