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원화 가치가 세계 주요국 통화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올들어 5.2% 올랐다.
작년 말 달러당 1207.7원으로 장을 마친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147.6원으로 한 달여 만에 60원 이상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달러화 대비 가치가 6.2% 오른 호주 달러에 이어 상승폭이 주요국 중 두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3.3%)나 유로화(2.6%)는 물론 수출 경쟁국인 대만달러(3.9%) 보다 상승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루피화와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각각 0.8%와 1.4% 상승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1.1% 올랐다. 반대로 홍콩 달러(-0.1%), 필리핀 페소(-0.4%), 터키 리라화(-5.7%)는 가치가 떨어졌다.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우리 기업 수출에는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호무역주의에 원화 강세까지 결합하면 미국경기가 좋아진다 해도 그 수혜가 우리나라에 돌아오기 어렵다"며 "우리 수출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는 4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이 같은 원화 가치 상승에 당국은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서정훈 KEB외환시장 연구위원은 "외환당국은 그간 변동성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개입이 쉽지 않아 원/달러 환율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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