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트럼프리스크 대응 '발등의 불'
GS칼텍스, 멕시코공장 공급라인 수정
SK이노·한화첨단소재, 美서 기회 모색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삼성·현대차 등 수요기업들이 트럼프발(發)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행을 고민하면서 석유화학기업들도 덩달아 미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인 고용'과 '미국내 생산'의 정책기조가 트럼프 리스크로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전진기지인 멕시코에는 최고세율 35%의 국경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어서 멕시코 진출기업들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멕시코 공장의 운영계획을 수정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멕시코에 연간 3만t 생산 규모의 복합수지 공장을 완공해 생산물량 절반을 기아차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멕시코 내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나 글로벌 가전업체로 고객을 다양화하고, 제품도 다양화ㆍ고부가가치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리스크'를 기회로 찾는 기업도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미국에 자동차용 경량복합소재 법인을 2곳이나 두고 있어 자동차ㆍ부품업계의 미국내 수요 증가가 매출과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자원개발을 맡고 있는 E&P 본사를 미국 휴스턴으로 옮기고 전략, 기획 등 핵심인력도 미국으로 확대 배치했다.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트럼프행정부가 전통 에너지 확대 기조를 내세우는 만큼 미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E&P 본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메이저 기업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기술을 습득해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트럼프행정부의 정책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8년 하반기까지 총 2조9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분해설비(에탄크래커)를 건립한다.
한편 철강업계 역시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대미, 대멕시코 전략 변동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멕시코에 자동차용 강판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포스코는 "향후 고객사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따라 대응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향후 5년간 31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키로 한 현대차그룹의 세부 계획에 영향을 받게 된다. 철강업계는 다만 미국 철강산업의 멕시코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멕시코산 철강제품에 고율의 국경세가 붙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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