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이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직접 가보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출근시간대 지하철에서 갑자기 흰 연기와 불꽃이 튀더니 멈춰 섰다. 신고를 접수한 관할 소방서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곧바로 중앙재난안전상황실로 보고했다. 순간 정부세종청사 내 국민안전처 1층에 위치한 상황실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황실 근무자들은 해당 지하철역의 폐쇄회로TV(CCTV) 동영상 채널을 찾아내 대형 모니터에 띄워 놓고 상황을 공유하면서 소방ㆍ경찰에 즉시 출동해 화재 진압 및 승객 구조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상황실에 파견된 지자체, 관련 부처ㆍ기관 실무자들도 지하철 운행과 인근 도로 교통을 통제하는 한편 병원 등 환자 이송 기관 확보 등을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꽃이 점점 거세지고 연기가 심해 피해가 커지자 상황을 지켜보던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즉시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가동을 결정했다.
지하철 화재를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다. 지난달 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화재처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대형 재난으로 번질 경우 국가 차원의 총력 대처가 필수적이다. 이를 지휘하고 지원하는 곳이 바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다.
2일 안전처가 기자들에게 공개한 이곳은 정부서울청사 1층에 있다가 안전처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지난해 9월 세종청사 안전처 건물 1층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기존 시설은 서울에 놔둬 장관 등 지휘부가 유사시 활용하고, 평상시엔 이곳에서 운영된다.
200여억원을 들여 기존 시설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최첨단 기능과 산소공급기 등 쾌적한 근무 환경 등을 갖춘 것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상황실 한 가운데 위치한 대형모니터의 개별 화면수가 서울청사 상황실의 24개에서 32개로 늘어났다.
대형모니터를 통해 지하철ㆍ도로ㆍ지자체 등 8개 부처 18개 기관에서 운영하는 총 3만4026대의 CCTV가 보내 오는 영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하에서 하늘까지, 마라도 남단 끝에서 서해 백령도, 동해 독도 등 그야 말로 한반도 전체를 지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이 모니터를 통해 상황실 근무자들은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동영상 등 관련 정보를 곧바로 찾아내 메인 화면에 띄어놓고 관계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선다. 특히 해상의 경우 동서남북 모든 해역에서 운항 중인 해경 선박 선두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현지 상황을 실시한 체크할 수 있고, 유사시 헬기ㆍ구조대원이 촬영한 영상 정보도 곧바로 수집된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수집되는 모든 정보들은 청와대 워룸, 국무총리실 등과도 실시간 공유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처럼 해경 관계자들이 'VIP' 보고용 영상 자료를 챙기느라 정작 중요한 구조 업무에 소홀했던 일이 최소한 '하드웨어'상으로는 발생할 수 없도록 시설이 완비됐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조류인플루엔자와 폭설 등 재난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때 칸막이 등으로 사무실을 분리해 따로 운용하면서 대응할 수 있고, 육군을 제외한 해군과 공군의 정보시스템도 공유할 수 있다. 해킹에 대비해 각 통신망이 전부 단독 구축돼 만약의 공격에도 각자 따로 대처가 가능해졌다.
이 곳에선 1개조 31명씩 4개조가 24시간 365일 근무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 이들은 매일 불시에 각 지자체 등과 상황 보고ㆍ전파 훈련을 통해 사기를 키우고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고순도의 산소를 투입한 쾌적한 근무환경 지문ㆍ카드ㆍ얼굴 인식기 등을 도입한 강력한 출입 보안, 가스식ㆍ살수식 소화기 및 방염 자재를 통한 지능형 화재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오경용 안전처 팀장은 "최첨단 시설과 효율적인 기능 탓에 다양한 곳에서 견학 및 벤치마킹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세월호 사고 때는 보고 단계가 복잡했지만 이제는 곧바로 상황실에서 신속한 사고 접수ㆍ보고ㆍ전파, 초동조치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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