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내' 규정 사실상 가이드라인
야당의원 10명 개정안 발의
임차인대표와 협의결정 의무화
광역자치단체서도 기준선 제시
포퓰리즘 지적 속 공급축소 우려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 상승폭 상한선을 현행 5%보다 낮추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된다. 법에서 정한 '5% 이내'라는 규정 탓에 물가상승 등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해마다 5%씩 꼬박꼬박 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 추진되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의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법안은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의 사업성과도 직결된 사안이라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 등 야당의원 10명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임대업자가 임의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간 5% 이내에서 최근 2년간 주거비 물가지수 변동률을 감안해 임대료 상승폭을 정하는 한편 세입자로 꾸려진 대표회의와 임대인간 협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150가구 이상일 경우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을 의무화하고 임대료 증감이나 분양전환가격 등을 협의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아울러 임대료 증액분을 산정하기 위해 각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임대료변동률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보급하도록 했다. 안 의원실 측은 "임대료 증액을 연 5%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한선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돼 임대료가 매년 가계수입이나 물가인상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에서는 임대업자가 임대료를 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초기 임대료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고 상승폭만 연 5% 이내로 규정됐다. 임대료 책정 시 가급적 인상폭을 최소화하려는 세입자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5%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공급하는 5ㆍ10년 공공임대주택의 상승률이 2%가 채 안 된다. 주거비 물가지수 변동률이나 인근 지역 임대료 변동률을 따져 인상폭을 정한다는 내용은 현행 법률에도 명시돼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
뉴스테이 등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가 과도하게 높아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그간 시민단체나 야권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이슈다. 월세가 보편화돼가고 있다 하더라도 매달 적게는 30만원대부터 90만원, 100만원대에 달하는 금액은 서민층에게는 부담이 크다는 측면에서다.
'연 5%'라는 규정 역시 일선 현장에서는 실제 상승폭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민간임대아파트는 입주 2년을 맞는 시점에 기존 임차인들과 계약을 갱신하면서 1년에 5%씩 총 10% 올리기로 했다가 임차인 반발과 관할구청의 중재로 5% 인상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그간 2년단위로 이뤄지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줄였다. 앞으로는 해마다 5%씩 올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이처럼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과도한 주거비인상에 따른 서민층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상한선을 제한하고 임차인 의견을 반영하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보장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인 규제로 임대인들의 주택관리 소홀과 민간 임대주택의 공급 물량 축소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를 옥죄는 정책을 강화할 경우 투자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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