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50조 달러 규모의 셰일 석유 및 가스 개발
-국내 정유 4사, 원유 도입 다변화 '긍정'
-하지만 정제 비용 및 정제 설비 스트레스 감안해야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새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셰일가스와 원유 등을 적극 개발하기로 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싼값에 원자재를 도입할 수 있을 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해제할 방침이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미국 우선 에너지 계획’을 통해 50조 달러(약 5경8800조원) 규모의 셰일 석유 및 가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해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7조여원의 영업이익 발표가 예상되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이같은 미국 정부의 발표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31일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쉽게 생각하면 미국이 가스·원유 생산을 늘려 글로벌 시장에 원유 공급이 확대되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환율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 특성상 원유 도입을 다변화해 위험을 낮춘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두바이유보다 6∼7달러 정도 싸지면 운송비를 감안해도 경제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 속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원유개발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국내 정유업계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셰일가스 개발에 배럴당 60달러가 들 때 원유값이 100달러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었다"며 "셰일가스와 원유를 싸게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불순물이 더 많이 있기 때문에 정제 비용이 더 많이들고, 아울러 정제 설비에 대한 스트레스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90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주의' 정책방향에 맞춰 셰일가스 등 미국산 원자재와 기술집약적 장비 수입 확대에 나서는 '2017년 대외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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