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당초 공약수준에 멈출 것으로 됐던 트럼프노믹스가 하나씩 현실화되며 주요국의 대응도 발 빨라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이 '트럼프발 쓰나미'에 대응해 즉각 조직개편에 나선 반면, 한국은 "현 체제로도 충분하다"는 다소 느긋(?)한 모습이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일단 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과 관련해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를 비롯한 미주통상과장 등 실무진은 24∼28일 미국을 방문해 통상정책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대한 속내를 알아보기 위한 행보지만, 신 행정부 출범에 맞춘 통상적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트럼프 주도의 무역재편에 맞서 즉각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자동차 무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불공평성을 언급하자, 향후 양자 협상을 위한 새로운 통상조직을 발족해 곧바로 힘을 실어줬다. 향후 미국이 문제시할 수 있는 대일무역적자와 FTA 등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통상협상과 정책을 총괄할 별도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따른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직속의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한 만큼, 현 산업부 내 통상조직을 확대하고 트럼프 행정부 및 미 의회와 상시 협의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환율의 경우 통화당국과 외교-통상당국이 함께 대응해야 하는 부분으로 손꼽히지만 현재는 부처간 협업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현 체제로도 충분하다"며 "지금 체제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바꿀 필요가 있냐"며 각 부처에 흩어진 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재계는 정부차원의 효율적 대처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정국으로 인해 국정공백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큰 흐름을 바꾸긴 어렵지 않겠냐"며 "일부 공약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악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 대권주자들도 미국과의 통상 문제에 있어서는 거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익우선의 외교, 맞춤형 외교를 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고, 다른 후보들도 마땅한 언급이 없는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만약 한미 FTA가 연내 폐기된다면 2020년까지 수출은 130억달러가량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변국들의 움직임에 따른 범정부 차원의 대응 전략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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