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풍경 담은 사진전 여는 한일 부부 사진가 양승우-마오 부부
갤러리의 하얀 벽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가난한 부부 사진가의 일상의 행복, 그 풍경뿐만 아니라 소리까지 사진 속에서 들리는 듯하다.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는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전시회.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사진가 부부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다.
비 오는 날 외출한 아내를 마중 나가고,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졸기도 하고, 화장하고 머리도 깎아 주고, 비싼 음식은 다음에 먹기로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 남편의 목욕하고, 잠자고, 양치하고, 일어나는 모습. 순전히 서로에게 보여주기 위해 찍은 사진들은 “‘지금 여기의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만끽할 행복의 순간이라고 말하며, 부부는 서로 바라보는 것이며, 그 순간의 점철이야말로 삶이요 사랑이라는 사실 또한 문득 깨닫게 한다(이규상 눈빛 출판사 대표)”.
양 작가는 2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갔다.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그 자신의 말에 따르면 동네 친구들과 ‘건달’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마음먹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다. 체류기간을 연장하려고 들어가기 쉬운 대학을 아무 데나 고른 것이 사진 학교였다. 그것이 생각지도 않았던 사진과의 첫 만남이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란 걸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녀’ 마오를 만난 인연의 시작이었다. “아내를 알고 처음으로 벚꽃이 아름답게 보였다”는 양 작가는 첫 데이트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내를 찍어 왔다. 만난 지 2년째 어느 날 그때까지 찍은 사진을 모아 만든 사진집을 선물했다. 가난한 그가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아내에게 ‘너도 나 찍어라’고 했죠. 둘 중 한사람이 죽을 때까지 찍기로 했어요.”
지난해 조폭들 삶을 담은 ‘청춘길일’로 전시를 해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고, 많은 책을 냈지만 부부는 여전히 가난하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지만 공사장 노가다, 경비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생활을 하고 틈틈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부의 사진들을 보면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어쩌면 가난해서 행복하고 가난해야 행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은 방의 면적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과 사진은 멀리 가지 않아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이렇게 행복한 사진전이 있을까? 이건 예술성을 따지기 전에 참 흐뭇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기록이 아니고 놀이의 흔적이다. 사랑놀이,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가슴 떨리고 가슴 저미는 그 사랑놀이 말이다”(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
관람객들은 양승우-마오 부부의 행복을 자신들의 행복했던 순간들, 기억들과 겹쳐 보며 “오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기억 속에서조차 멀어져 갔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전시회에 맞춰 눈빛 출판사에서 펴낸 사진집에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는 부제를 붙인 것은 “뒤늦게 양 작가의 고향에서 전통혼례로 결혼식을 올린 이 부부에게 사랑을 꽃피울 날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축하와 기원의 뜻이 담겨져 있는 말”이지만 자신들의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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