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불명, 도주우려, 재범위험 없지만 '범죄의 중대성' 인식 차이…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판단 변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정당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양측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6가지 구속 판단 요건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피의자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에 명확하게 규정돼있다. 법원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원이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주거불명, 도주·증거인멸 우려, 재범 위험, 피해자 위해 우려…모두 해당 안 돼=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와 '도주 우려가 있을 때'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위해 우려' 등의 요건은 이 부회장 사례와 무관하다는 게 법조계의 인식이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와 관련해서는 양측이 갈린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구속하지 않을 경우 사건 관련자들과 말을 맞추는 등 수사에 방해를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 측은 지난해 11월13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지난 12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처럼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범죄의 중대성 인식부터 차이…특검 "입증 자신" 삼성 측 "검찰이 피해자라고 규정했는데"= '범죄의 중대성'에선 양측이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보인다. 법조계에서도 그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전준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범죄의 중대성은 살인사건 등 5대 중대범죄 사안에서 피의자가 범행을 부정하는 경우 구속 판단 고려사항"이라며 "이 부회장 사례의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문제와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사회에 미친 영향,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 액수가 430억원에 이를 정도로 많다는 점에서 범죄의 중대성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반면 삼성은 특검이 적용한 혐의는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검찰이 '피해자'라는 관점으로 수사를 정리한 취지를 고려할 때 범죄의 중대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 "현명한 판단 기대"…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고려돼야=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검찰과 특검 수사는 물론이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진술을 통해 충분히 소명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내용과 함께 이 부회장 구속 여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는 박영수 특검도 구속영장 청구 검토 과정에서 고려했던 사안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3명은) 삼성의 경영상 공백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취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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