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설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체감경기에 서민 주름살만 늘고 있다. 월급은 멈춰서 있는데 생활물가는 치솟으며 팍팍한 살림살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간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의 구조조정 여파가 본격화되고, 임금체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이대로라면 소비 감소-내수 부진-저성장이 고용악화와 가계소득 감소로 다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경기 불황 속 물가까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16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한 무의 소매가격은 개당 2775원으로 1년전(1292원)보다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배추 한포기는 4108원으로 최근 5년간의 가격대로 추산한 평년가격(1992원)을 훨씬 웃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타격을 받은 계란은 30개 한판 가격이 9500원에 육박한다.
축산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한우 갈비, 돼지고기 수입 삼겹살 등의 가격 상승률은 5∼10%에 달한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설 차례상 비용은 전년 대비 5.2%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로 인해 휘발유 등 기름 값도 오름세다. 한국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53.79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올라 2015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가계소득은 뒷걸음질치고 체불된 임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전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작년 3분기 0.7%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체불임금은 1조4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모두 저성장과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해 기업이 임금비용 지출을 꺼리고 구조조정을 단행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의 여건이 악화된 것은 한두해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나 악재투성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올해 매출 전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는 산업연구원의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골드만삭스, 노무라, JP모간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제시한 2.6%나 한국은행의 수정전망치 2.5%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1%대 추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는 치솟는데 경제성장은 둔화되면서 오히려 물가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추월하게 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경제불황 속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네이션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민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원자재 등 물가는 치솟고 경제성장률이 추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우리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갈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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