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때마다 밤샘대기
블랙아웃 제로…보람 느껴"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매주 집회 때마다 밤까지 비상대기를 했으니, 벌써 11번째네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차질 없게 전화하고, 메시지 주고받을 수 있게 하려면 기꺼이 해야하는 일이죠."
지난 10일 오후 방문한 KT 네트워크 관제센터. 무선, 인터넷, 전송, 교환, 전원, 보안 등 각 분야에 걸쳐 총 50여종의 실시간 감시시스템 470여대가 운용되는 현장에서 서영수 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운용시스템은 140만개에 달한다. 24시간 365일 단 한순간이라도 통신이 두절되지 않도록 하는 콘트롤타워라고 볼 수 있다. 주간에는 60여명, 야간에는 30여명의 근무자가 교대로 근무하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이곳 근무자들은 뉴스 속보를 끼고 산다. 뉴스에 따라 통신 트래픽이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뉴스의 종류는 다양하다. 요새는 정치 이슈가 크다. 하지만 스포츠나 연예는 물론 사건사고도 트래픽에 영향을 준다.
특히 지난해 11월26일에는 모두가 숨을 죽이고 트래픽 창을 살펴봤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린 날이었는데,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란 예고 소식을 접한 터였다.
실제로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청 광장까지 발 디딜 틈 하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고 이곳의 트래픽은 평소 주말 대비 20~30배에 달할 정도였다. 다행히 이를 예상하고 집회 전 이동기지국 차량과 롱텀에볼루션(LTE)ㆍ3G 기지국을 평소 대비 5배 이상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덕분에 통신이 두절되는 '블랙아웃'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9월12일 경주지진 당시에도 이곳에서는 전국 7개 지사들과 화상회의를 했다. 지난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가족의 안위를 묻기 위해 트래픽이 폭주했던 때다. 당시 카카오톡 메시지가 2시간 가량 전송되지 않을 정도였다.
관제센터는 지진이 잦은 일본을 방문, 네트워크 대응 체계를 배웠으며 지역별 진도에 따른 상황별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 센터장은 "일본에서는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통신 트래픽이 과도하게 몰리지 않는다"며 이런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음을 내비쳤다.
올해는 5G 네트워크 관제에 대한 대비와 대통령 선거 등 굵직굵직한 정치 이벤트에 따른 디도스(DDos) 공격 차단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4G보다 20배 이상 빠른 5G가 상용화될 경우 가상ㆍ증강현실(VRㆍAR), 홀로그램 등 고용량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트래픽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KT는 오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는 만큼 올 한해 이에 대한 대비를 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을 감안, 대선을 앞두고 디도스 공격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디도스 공격 발생시 5분 이내 탐지 후 즉각 차단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서 센터장은 "통신을 기반하는 ICT 융합서비스들이 생활이나 산업 등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짧은 시간이라도 장애가 발생해선 안 된다"며 "모든 비상 상황에 대비하면서 사고가 났을 경우엔 신속하게 복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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