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한·중 만기 연장 협상에 영향 미치나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중국과 일본이 대(對)한국 관계에서 정경(정치·경제) 분리 원칙을 깨뜨림에 따라 통화스와프의 존립도 위협받고 있다. 우리 경제팀은 대외 리스크 대비가 절실하면서도 중·일 정부에 끌려가는 것 외엔 별다른 수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월로 다가온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를 앞두고 양국 정치·외교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1800억위안 규모로 처음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2011년 11월엔 통화스와프 규모를 3600억위안으로 확대했다. 두 차례 연장을 통해 만기가 18개월 정도 남은 지난해 4월 양국은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계약 기간 연장에 일찌감치 합의했다.
당시 한·중이 만기를 연장하기로 한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구두 합의였다. 더구나 중국은 지난해 7월 사드(THAAD·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결정한 한국에 노골적으로 경제 보복을 가해왔다. 순탄한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기재부 당국자는 "지난해 구두 합의 의후 추가로 소통한 적은 없었다. 구체적인 만기 연장 논의는 6~7월께 시작될 예정"이라며 "한·중 관계 악화가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경 분리 원칙에 입각해 중국과 통화스와프 등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행보는 정경 분리와 거리가 멀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한달여 뒤인 지난해 8월 한국인의 상용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한국산 설탕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9월), 폴리아세탈 반덤핑 조사와 자국인들의 한국 여행 감축 지시(10월), 롯데그룹 세무조사 착수(11월) 등 전방위 옥죄기를 이어갔다.
한·중 통화스와프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은 중국 정부로서는 사드 배치 시기가 다가올수록 한국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당국자는 "중국 외환 보유액의 3조달러선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고 해도 중국 측에 한·중 통화스와프가 그렇게 필요한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당연히 한국보다는 (통화스와프가) 절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이강(易綱) 부행장도 중국 외환 보유고에 대해 "전 세계 외환 보유액의 30%에 근접한 규모고, 2위인 일본보다 2.6배 많을 정도로 여전히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우울한 경제 전망 속에 전체 통화스와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건 만기 연장과 규모 확대 등이 중요하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외환·국제금융팀장은 "만기인 10월 전 어떻게든 국정 혼란이 사그라들어야 우리 정부가 중심을 잡고 한·중 통화스와프 등 대외 경제 협력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세밀하고 균형적인 외교를 펼쳐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여건조차 못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정 공백 상황은 한·일 통화스와프에도 영향을 미쳐 위안부 소녀상을 빌미로 한 협상 중단으로 귀결된 바 있다. 일본은 6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한·일 양국 간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을 중단하고 고위급 경제 협의도 연기하기로 했다. 차기 정부 출범 전에 한·일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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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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