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이 이미지에 수익 나빠져도 값 올릴수도 없고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수년째 제품 가격을 동결한 중저가 화장품브랜드숍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달리 유독 중저가 브랜드 가격에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500~1000원 올렸다가 자칫 소비자가 등돌릴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가격 인상 기회를 번번히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중저가 브랜드를 제외한 대표 화장품 브랜드숍인 에이블씨엔씨ㆍ네이처리퍼블릭ㆍ잇츠스킨 등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수치다. 반면 인건비와 매장 관리비 등이 증가하면서 판매비와 관리비는 6% 늘었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가격 인상 필요성이 커졌지만 화장품 브랜드숍은 선뜻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숍 관계자는 "면세점과 같은 유통업체는 고가 수입브랜드 가격 인상은 쉽게 수용한다"면서도 "중저가 토종 화장품업체가 가격을 인상한다고 하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민다"고 토로했다. 이어 "500원 올리는 것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중저가 화장품브랜드숍 제품 가격에 예민한 편이다. 다양한 업종들이 화장품브랜드숍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브랜드들은 생존을 위해 펼친 할인 마케팅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가격 민감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들은 대규모 투자를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발(發) 악재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를 받아 공장 등 제조업체를 설립하면 원가 절감에 효과적이다. 실제 잇스스킨의 모기업인 한불화장품은 지난해 기업공개에 실패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오너리스크로 인한 실적 악화로 올 3분기까지 고전했다. 올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면 상장은 물거품이 된다.
또 다른 브랜드숍 관계자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는 환율과 관계없이 매년 제품 가격이 인상되는데 큰 저항이 없는 것 같다"며 "하지만 국내 중저가 브랜드는 물류비,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스란히 안고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는데 국내와 수입 브랜드에 재품 가격 인상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로 바라 보는 고객들의 시각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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