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 35%
북미 16% EU 28% 비해 월등히 높아
창작물 존중 없어 저작권 침해 만연
대기업이 中企아이디어 베끼기도
손해배상 소송전에 자원 낭비 초래
부분별 복제하다 해킹 피해 우려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이민우 기자]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지만 한국에는 많다.
유난히 공짜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문화도 신산업 성장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셋(재정립) 해야할 부분이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법복제, 베끼기 등 지적재산권 침해는 문화 콘텐츠, 정보기술 등 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BSA) 조사결과, 한국 내 불법 소프트웨어(SW) 사용률은 35%(2016년 5월 기준)에 달한다. 2년마다 진행되는 조사로 재작년 대비 3% 가량 줄었다. 세계 평균인 39% 보다는 소폭 낮지만 북미(17%), 서유럽(28%)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인의 SW 불법 복제 많은 이유는 = 물리적인 제품과는 달리 소프트웨어는 복제해도 원본과 성능이 동일하다. 복제 방법도 복잡할 절차 필요없이 CD나 디스켓, USB 등의 매체로 간단하게 이뤄진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관계자는 "불법복제는 말 그대로 불법이지만 개인의 불법행위를 일일이 잡아낼 정책시행 수단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지적재산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다.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SW와 콘텐츠 불법복제를 범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창작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SW 불법복제 단속과 같이 즉각적인 효과를 노리는 대처만으로는 문제를 뿌리뽑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중소 SW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甲)질'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소기업 SW 제품을 납품 받으면서 중소기업 제품을 무한히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조항 넣거나, 대기업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활용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제품을 분해해서 내부 구조 파악하고 재조립하는 경우도 많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소 업체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베껴서 비슷한 제품 내는 행태가 많은데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입증이 어렵다"면서 "SW 스타트업 보호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나 조사 공정성 확보하려는 노력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 저작권협회장은 "4차 산업 혁명은 소프트웨어가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의 중심에 있게 될 것"이라면서 "저작권을 생명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인재 육성과 함께 저작권 보호라는 생태계 조성 및 보호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발전 저해, 기업의 '시한폭탄' = SW 불법 복제 사용은 해당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뿐아니라 불법 복제품을 쓰는 기업을 위협하는 시한 폭탄이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SW 불법복제 점검기업 271 곳 중 적발기업은 190개에 달했다. 적발기업 SW 불법복제율은 29%를 기록했다. 적발기업 대부분이 라이선스 관리가 취약한 중소기업이다.
SW를 불법복제해 사용하는 기업은 각종 소송과 손해배상에 얽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SW라이선스 담당자가 없고, SW 정보 이해도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저작권 분쟁 주요 목표물이 된다.
특히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해당 업체는 최소한 억대의 소송 비용을 감당해야만 한다. 장기간 소송이 지속될 경우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들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비용적인 손실이 크다. 분쟁 대응을 위해 변리사 공증, 변호사 선임 등에 엄청난 비용을 소모해야 한다.
범용 SW들이 제품 구매 형태가 아닌 네트워크에 접속해 일정 기간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다국적 SW기업들이 이용자의 불법 사용을 적발하는 것은 더욱 쉬워지고 있다.
또한 불법복제한 SW는 저작권 문제 뿐만 아니라 해킹 공격 등 보안의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무료 보안프로그램을 가장한 해킹 프로그램이 유포돼 개인 PC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권헌영 한국인터넷윤리협회 수석부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해킹공격 등을 받으면 법으로도 보호를 받을 수 없다"면서 "또한 이용자들이 인식하지 못해도 업체들은 누가 불법적인 이용인지 다 파악할 수 있어 사용자들 입장에서도 반드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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