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1년 전 폭탄테러 다룬 가짜기사에 속았다?
폭발사고 발생 안했는데 발생했다며 안전확인 가동
방콕 현지에 있는 가족, 친구 안위 확인하느라 혼란
美 대선 때도 가짜뉴스 판치면서 비판 받아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에 속아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며 '안전확인(Safety Check)' 시스템을 가동, 이용자들이 일대 혼란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인디펜턴트, 더 버지 등 외신은 페이스북이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간) 태국 방콕에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안전확인 시스템을 약 한 시간가량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방콕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안위를 확인하느라 일대 난리가 났다. 특히 당시 폭발사고 발생 외에 구체적인 장소나 시간 등의 설명이 없어 이용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안전확인 시스템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지진을 비롯한 재난, 재해 현장 일대에 있을 때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자신이 무사한지를 알리는 기능이다. 최근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 트럭 테러, 지난 8월 이탈리아 지진, 6월 미국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 때 가동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태국 방콕에서는 폭발 사고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은 안전확인 시스템 아래 해당 사고를 다룬 뉴스들을 연결했는데, 이는 지난해 8월 방콕 중심부 '에라완 힌두사원 (Erawan shrine)' 번화가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만 이 뉴스들은 사고가 일어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게재된 것으로 가짜 뉴스로 추정된다고 더 버지는 분석했다. 즉, 페이스북 안전확인 시스템이 가짜뉴스에 속아 잘못 작동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BBC에서 작성한 기사에 의해 안전확인 시스템이 가동됐다고 해명했다. 이 기사는 한 남성이 정부 건물을 향해 탁구공만한 크기의 폭죽을 던졌고, 이것이 폭탄물로 오인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페이스북 안전확인 시스템이 오작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페이스북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자폭테러 이후 하와이, 벨기에, 이집트, 홍콩 등에 있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위험지역 인근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니 친구들에게 당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전하라"는 알림메시지를 발송했다. 파키스탄에 있는 이용자들에게만 전달돼야 할 메시지가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이로써 페이스북 안전확인 시스템이 어떤 기준에 의해서 어떻게 가동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이미 수많은 이용자들의 게시글 등을 기반으로 안전확인 시스템이 작동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페이스북은 현재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앞서 영국 가디언,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페이스북에서 생산된 거짓 뉴스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선거전이 치러지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거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불법 무기를 구매했다는 주장,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죽었다는 것과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들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이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기술 기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단순한 기술기업이 아니며 단지 뉴스를 배포하는 것 이상의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통해 사용자들을 호도하고 거짓뉴스로 수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물리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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