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7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소환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외압을 행사한 의혹과 관련해서다. 문 이사장 조사 등을 토대로 국민연금의 결정과 삼성의 '최순실 딸 지원' 사이 대가관계, 즉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의혹을 규명하는 게 특검의 목표다.
특검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문 이사장을 서울 대치동 사무실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문 이사장은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 직전 기자들에게 "특검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병 찬성을 성사시킨 공으로 지금의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에 대해선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일단 참고인으로 소환됐으나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 특검은 문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청와대의 지시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캐묻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오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안 전 수석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무산됐다. 특검은 오후에라도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안 전 수석 측에 요구했다.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은 수첩에 '승마'라는 단어가 적혀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새롭게 드러나 뇌물의혹은 더 커진 상태다.
구속수감 중인 안 전 수석은 전날 국회의 '구치소 청문회'에서 각종 이권개입 등의 논란과 관련해 "(나는) 단 하나도 스스로 판단하고 이행한 적이 없고 모두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최순실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밖에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이날 오전 소환했다.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9473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다. 정 전 차관은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송강호ㆍ김혜수씨 등 대중문화계 유명인사들 다수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정 전 차관은 2014년 말부터 올 초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면서 "리스트 (형식) 이전에 구두로, 수시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모철민 전 수석은 현 정권 초기 대통령 교육문화수석으로 일했고 현재 프랑스 대사로 나가 있다. 김소영 전 대통령 문화체육비서관은 현재 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특검은 전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증거인멸 의혹에까지 휩싸인 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같은 날 압수수색을 당했다. 조 장관도 김 전 실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이들 또한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블랙리스트의 직접적인 연관 여부도 주목된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1월과 7월 박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항의했고, 박 대통령이 첫 면담 때는 "원래 (반대파를 포용하겠다는 약속) 대로 하시라"고 했다가 두 번째 면담 때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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