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인지도 넓혀 어려서부터 생활화
육성시스템 못 만들면 10위권 흔들릴 수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평창올림픽은 우리나라가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다. 경기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빙상과 설상 등 종목별로 인지도를 넓혀 대중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핵심은 인재 육성이다. 동계 종목을 생활화하는 토대를 만들어 실력 있는 유망주를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각각 금메달 여섯 개를 따 종합순위 10위 안에 들고,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스물여섯 개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우승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금메달 스물한 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고, 스피드와 피겨 등 빙상에서만 정상에 오르는 등 종목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메달 종목을 다양화하거나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꾸준히 육성하지 못하면 동계올림픽 세계 10위권이라는 지위도 위태로울 수 있다. 평창 올림픽이 1년 2개월 남았으나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빙상과 설상 종목 꿈나무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2015년 6월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최순실 일가가 정부와 대기업 예산을 전횡해 사욕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이 전면 폐지됐다.
지난해 대한체육회 초등부에 속한 빙상 부문 등록 선수는 남녀 총 675명. 일반부까지 스피드와 쇼트트랙, 피겨 등 세 종목을 모두 더해도 등록선수가 1618명이다. 인구 약 1700만 명에도 빙상 등록 선수만 15만 명이 넘는 네덜란드와 비교하면 매우 적다. 우리 스키의 초등부 등록선수도 남녀 총 225명에 불과하다. 봅슬레이나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은 초등부 등록선수가 아예 없다.
김관규 용인대학교 체육학과 교수(50)는 "네덜란드는 클럽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민 대다수가 어려서부터 스케이팅을 즐긴다. 기업의 후원도 활발해 좋은 선수를 꾸준히 배출한다"고 했다. 학부모에 의존하는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스피드스케이팅을 기준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등록된 각국 대표 선수는 네덜란드가 일흔 명으로 한국(36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일본(47명)이나 중국(37명)도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낫다.
김 교수는 "학생 선수의 저변이 넓은 정삼각형 구조를 만들어야 대표 선수 구성에도 짜임새가 생긴다. 우리는 이와 동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정부 주도로 학원 체육을 활성화하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자연스럽게 동계종목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 이 가운데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추려서 중학교 진학과 함께 전문 종목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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