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의 방역 노력에도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했지만 의심신고는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 AI 백신 사용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AI 청정국' 지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AI 의심축 신고 86건 가운데 확진 65건을 기록중이다. 또 현재 검사 중 21곳에 달한다.
발생지역은 7개 시·도, 27개 시·군으로 늘었다. 경기와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부산까지 제주를 제외하고 거의 전역에서 AI가 창궐하고 있다.
신고 건수 외에 예방적 도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확진된 농가까지 포함하면 AI 발생농가가 182곳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확진 건수도 23건이다.
살처분 매몰 규모는 313개 농가에서 1467만9000마리에 달한다. 아직 25개 농가 338만6000마리가 살처분을 예정하고 있어 향후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 고병원성 AI(H5N8형) 확산으로 195일 동안 1396만 마리가 도살 처분돼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규모를 따라잡았다.
정부는 AI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방역 당국은 전국의 주요 도로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주요 시·군간 주요 거점에 축산차량 전담 소독장소를 설치했다.
살아있는 닭에 대해 전통시장과 가든형식당 등으로 유통금지도 시행한다.
또 국방부는 각 지자체에 AI 차단방역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를 적극 지원하는 등 부처 간 협조를 통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방역대 내 식용란의 제한적 반출 허용을 비롯해 가금·사료·식용란 운반 차량 및 닭인공수정사에 대한 1일 1농장 방문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한다.
한편 농식품부는 최근 검역본부에 공문을 보내 현재 해외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AI 백신의 종류 및 효능을 비롯해 제조업체 현황 등을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백신 사용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농식품부의 공식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살처분 방식만 사용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을 병행하게 되면 사실상 'AI 상시발생국'으로 전락하고 'AI 청정국 지위'는 잃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AI 박멸을 위해 도살처분만 하고 있는데, 백신 접종을 한다는 건 '박멸 정책'을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감기 예방 주사처럼 백신이 AI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바꿔 말하면 바이러스가 상시 발생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각에서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백신 접종을 해야 할 때를 대비해 미리 조사하는 차원이고 현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