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해명에 의혹만 눈덩이…불신에 지지율 역대 최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1384일만에 탄핵됐다. 1987년 개헌이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탄핵된 두번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박 대통령 탄핵의 직접적인 배경은 비선실세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농단이지만 의혹을 밝히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한 청와대의 태도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과거 거짓말로 일관해 끝내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10월25일 박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순실의 태블릿PC에 담겼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의혹이 나오면 해명도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또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 나오다보니 위증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박 대통령 지지율은 1997년 IMF의 구제금융위기를 촉발한 김영삼 전 대통령 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로 곤두박질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첫번째 대국민사과에서 "연설문과 홍보와 관련해 최순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보좌진이 완비된 이후에는 더 이상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설문 유출의 결정적인 증거인 태블릿PC에 담긴 연설문 등이 2014년3월까지만 나왔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의혹과 비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부 출범 후 일년 이상 보좌진이 완비되지 않았다는 게 가능하냐는 비판부터 연설문 이외에 국정전반에 걸쳐 최씨가 관여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박 대통령과 참모진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보실 서면보고를 시작으로 관련 서면보고 10회, 전화보고 3회, 전화지시 4회, 해경청장 지시 1회 등이 있었다고 홈페이지에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왜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는지, 중앙재난대책본부 도착 시간이 지시한지 2시간15분만에 이뤄졌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성형시술, 굿판 의혹이 불거지자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머문 관저에 "가글을 전달하기 위해 간호장교가 잠깐 들렀을 뿐, 드나든 사람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영석 경호실 차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기관보고에 출석해 '당일 내부 및 외부 출입자가 없었다고 이해하면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 머리손질을 위해 계약직원 2명이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증이 되고 말았다.
무조건 감추고 축소하는 청와대의 해명 태도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청와대가 구입했다는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대변인은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구입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의무실장이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대통령이 주사를 맞았다"고 시인하면서 결국 거짓이 됐다.
결국 불투명하고 미흡한 해명이 꼬리를 물면서 의혹에 의혹을 낳았고 이는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탄핵 지지'비율은 80%를 넘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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