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여담] "육혈포에 건 손가락을 펴지 아니하고"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개인적으로 올해의 영화로는 '밀정'을 꼽고 싶다. 지금은 광복 후 70여년이 지났고 대한민국을 당연시 여기지만 일제시대 사람들의 머리 속은 어땠을까. 일본은 갈수록 위세를 더해가고 조선의 힘은 미약하게만 보였을 것이다.


 영화 속 이정출(송강호)이 한 때 동지였던 김장옥(박희순)에게 내뱉은 말 "너는 조선이 독립할 것 같냐". 이겨서 목표를 달성할 가망이 없어보이는데도 목숨을 걸어야 하느냐. 김장옥은 자결로 답한다.

 영화는 교과서적이고 박제처럼 느껴질 수 있는 독립운동에 대해서 다시금 곱씹어보게 했다. 과연 우리는 단지 '해야 할 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행동할 수 있을까.


 같은 시대를 살고 있어 행운이라고 느낄 정도인 배우 송강호의 내밀한 연기도 영화에 더욱 빠져들게 했음은 물론이다. 그에 앞서 실제 있었던 사실을 최대한 구현했다는 점이 울림의 진폭을 키웠다.

 영화 속 김장옥의 실제 모델은 독립운동가 김상옥이다. 3ㆍ1운동 이후 암살단을 조직해 수차례 일본 고관과 민족반역자 응징에 나섰다. 의열단에 들어간 이후에는 영화에서처럼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해 임시정부가 있던 중국 상하이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총독 암살을 위해 서울로 들어왔으나 일제의 경계 강화로 여의치 않자 1923년 1월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졌다.


 일본 경찰은 닷새가 지나서야 투탄의 주인공을 알아채고 김상옥의 은신처를 20여명의 무장경찰로 에워쌌다. 마치 홍콩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던 총격전 장면은 과장이 아니었다. 명사수였던 김상옥은 두 손에 권총을 들고 총격전을 벌였다. 종로경찰서 유도사범이자 형사부장이었던 다무라를 사살했고, 여러 명에게 중상을 입힌 후에 추격하는 일본 경찰에게 총을 쏘아대며 눈 덮인 남산을 넘어 한 사찰로 들어갔다.


 승복과 짚신을 빌려 변장하고 산을 내려와 또 다른 은신처에 숨었다. 발에 걸린 동상을 치료하면서 다시 거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은신처도 일본 경찰들에게 발각됐다. 이번에는 경기도경찰부장이 총지휘관이 돼 김상옥을 잡기 위해 기마대와 무장경관 수백명이 동원됐다.


 김상옥은 다시 한 번 단신으로 3시간반에 이르는 총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동상에 걸린 발가락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총에 맞아 스스로 떼내는 것으로 표현됐다) 결국 탄환이 다 떨어지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마지막 남은 한 발을 자신의 가슴에 쏘았다.


 당시 동아일보는 호외를 통해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전했다. "숨이 진 후에도 육혈포에 건 손가락을 쥐고 펴지 아니하고 숨이 넘어가면서도 손가락으로 쏘는 시늉을 했다."


 중학생으로 등굣길에 총격전 상황을 직접 목도했던 화가 구본웅은 나중에 그의 시화첩에 추모시를 남기기도 했다. "…양 손에 육혈포를 꽉 잡은 채, 그만-/아침 7시, 제비 길을 떠났더이다/새봄 되오니 제비시여 넋이라도 오소"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그 못지 않은 비극 속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을 것이다. 이 나라는 그런 피 위에 서 있다. "이게 나라냐"는 한탄 속에 휩싸인 이 나라는 그런 나라다. 대통령은 속히 내려와야 한다.


박철응 금융부 차장 hero@asiae.co.kr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715:30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이재명 신세력' '뉴이재명'은 누구인가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팬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재명이네 마을'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 두 사람을 강제로 퇴출했다. 현재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의 기폭제가 된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