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인프라 'LTEA 2016' 대상
도심지하철공사 무재해 신기록
1m당 공사비 7억원 고난도 작업
법정관리에도 정부 끝까지 신뢰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2014년 새해 접어들면서 쌍용건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현지 최대 토목공사로 꼽히는 해안고속도로와 도심지하철 공사를 쌍용건설이 맡고 있던 터라 싱가포르 정부의 고심도 커졌다.
불과 몇달 전 유럽의 한 건설사가 갑작스럽게 부도가 나 지하철공사를 포기한 전례가 있어서다. 공기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새 시공사를 구하기까지 공사비가 늘고, 현지 하도급업체에 공사비를 제때 주지 못해 현지 건설시장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공사비 규모만 고속도로가 8200억원, 지하철이 72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였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바로 LTA 본사를 찾았다. 그곳에서 회생절차가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 그간 싱가포르에서 쌍용이 보여준 시공능력과 기술력을 믿고 현장공사를 맡겨달라고 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는 계약을 끝내는 공사타절 사유가 된다.
LTA 관계자들은 숙고 끝에 쌍용건설에 현장 완공을 맡겼다. 회사 관계자는 "바로 직전 해 싱가포르 정부 발주공사 전체 현장평가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잘 수행한 데다 오랜 기간 쌓아온 발주처 최고 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의 신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정부에서도 다소 불안해했지만 공사를 진행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듬해 3월 쌍용은 회생절차를 졸업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세계 최초로 지하철공사 무재해 1600만 인시 기록을 달성했다. 도심지하철 921현장은 이렇게 지난해 말 준공됐다. 이곳은 싱가포르 정부가 주최한 토목인프라 시상식인 LTEA2016에서 대상을 받았다. 2년마다 열리는 이 시상식은 현지에서 진행된 고난도ㆍ무재해 토목공사 현장만을 대상으로 정부와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5개월간 심사를 거쳐 수상업체를 정한다. 국내 건설사가 대상을 단독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 구간에 불과하지만 지하철공사에 쓸 법한 모든 공법을 적용한데다 지상 10차선 도로와 운하를 50회 이상 이설하면서 공사를 마쳤다. 수주 당시 1m당 7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도 화제를 모았다. 김우상 현장소장은 "세계적인 건설사를 누르고 토목인프라 최고상을 수상해 고급건축뿐만 아니라 토목분야도 경쟁력을 갖췄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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