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SSM 의무휴업 月 4회로 확대 추진
"백화점·면세점도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해야"
최순실·조기대선 정국 재벌 때리기 본격화
유통업계 "장사 하지 말라는 것" 반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내 유통업계가 정치권발(發)규제 폭탄에 떨고 있다. 유통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조기대선 정국에서 재벌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정치권발 한파가 몰아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국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최근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점포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제를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들 점포가 설날과 추석 전날에도 의무적으로 쉬도록 규정됐다. 또 농협하나로마트 등 농수산물 매출액 비중이 55% 이상인 대규모 점포도 포함된다. 김 의원은 "경기침체와 법망을 피해 계속되는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인해 중소상인들의 위기가 심화돼 기존의 골목상권보호 제도를 보완하고, 주요 상점가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중소상인들을 유통대기업으로부터 보다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대표 발의한 유발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SSM 점포는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한 달에 2회인 의무휴업일을 4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유발법 개정안도 현행법이 대형마트와 SSM 입점 제한에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 점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고,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입지제한 대상에 매장면적의 합계가 660㎡ 이상 3000㎡ 미만인 점포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아울러 김경수 더민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법 개정안의 경우에는 현재 대형마트와 SSM이 개점할 때 기초자치단체장 등록하도록 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가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광역지방자치단체 소속 '상권영향평가위원회'를 설치해 상권영향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대규모 점포가 들어서면 지역상권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입점 2㎞ 거리 이내의 범위 일부가 인접 특별자치시나 시ㆍ군ㆍ구에 속한 경우 상권영향평가서를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인접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했다.
유통업체들은 일제히 "말도 안되는 법"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면세점의 경우 내수시장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이 핵심 고객인데 골목상권과 중소상인의 보호를 위해 마련된 유발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액의 70%가 외국인이고, 면세사업은 수출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면세점 의무휴업은 국산 휴대전화를 한 달에 2회 수출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유통업계는 저성장과 경기침체 장기화로 갈수록 국내 소비시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의무 휴업일수까지 늘어나면 경제의 버팀목인 내수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무 휴무일을 늘리는 것은 유통업계가 모두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내수마저 무너지면 사회 전체의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최순실 사태로 인해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조기대선 정국을 앞두고 이같은 법안 처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19대 국회에선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면서 면세점 특허기간을 기존의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이른바 '홍종학법'으로 불리는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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