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재량권을 대폭 줄여 관련 오해나 불만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9일 "과징금 산정의 전 단계에 걸쳐 조정 과정을 투명화하는 동시에 관련 기준도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방향으로 과징금 고시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으로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내달 19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앞서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재량의 범위가 넓고 감경이 많이 이뤄진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감사원은 지난 6월 "공정위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시행령이나 고시 등을 근거로 과징금을 줄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공정위는 과징금과 관련한 정성적 판단 요소를 축소하고 감경 등에 있어서도 과거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복안이다.
공정위의 과징금은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부과 기준율 등을 정하는 기본 산정 기준 결정, 가중·감경 요인에 따른 1·2차 조정, 현실적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한 최종 부과 과징금 결정 등 3단계를 거쳐 정해진다.
공정위는 기본 산정 기준 결정 과정에서 대부분 위반 행위가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평가되는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위반 행위의 중대성 판단 기준'을 개선키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5년 간 처리된 사건 통계와 실적 데이터를 기준으로 중대성을 판단하는 관련 매출액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경쟁 제한성, 피해 규모 등 정성적 지표를 산정할 때도 고려 요소를 최대한 상세히 열거하도록 했다.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이 많은 입찰 담합은 과징금을 산정할 때 사업자 지분율을 참작한다.
재량 남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가중·감경 요소는 삭제했다. '위반 행위의 주도 및 선동'. '고위 임원 직접 관여' 등 가중 항목과 '단순 가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 등 감경 항목이 대표적이다. 가중 요소 중 '조사방해' 항목은 법률상 과태료·벌칙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또 '반복 법 위반' 관련 가중 요소는 1·2차 조정 단계에 모두 포함돼 있어 과징금 산정 구조만 복잡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1차 조정 단계로 모두 합치기로 했다. 실제 행위의 긍정적 효과에 비해 감경률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던 '조사 협력', '자진 시정' 항목은 감경률이 각각 30%에서 20%로, 50%에서 30%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법 위반 사업자의 현실적 부담 능력을 고려해 과징금을 감경해 주는 제도는 기준을 더욱 명확·구체화하고 재량 한도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과징금 50% 이내 감경 사유는 '자본 잠식 상태 또는 가까운 장래에 자본 잠식이 예견되는 경우'에서 자본 잠식 상태인 경우, 최근 2년 이상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인 경우 등으로 구체화했다. 부채 비율 300% 이상 기업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30% 이내에서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기준도 신설됐다.
위반 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취득 이익의 규모 등 '기타 사유'로 과징금을 감경할 때에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10% 이내에서만 과징금을 줄일 수 있도록 제한했다.
고시 개정안은 고시 시행일 이후 심의되는 사건에 대해 모두 적용된다. 윤수현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은 "과징금 산정 시 고려 요소가 정제화·체계화·구체화해 과징금 부과 처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공정위 처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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