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경제성장 성과와 한계 균형 있게" 강조
전태일 분신·도시빈민층 강제이주 등은 언급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끈 기업인 개개인과 대기업에 대해 처음으로 서술했다.
국가 경제성장의 성과와 관련한 내용은 분량이 늘어나고 내용도 자세하게 기술됐으나 교육부가 "경제 성장의 성과와 한계를 균형 있게 서술했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한계 부분은 다소 추상적인 나열에 그쳤다는 평가다.
우선 국정교과서는 기업인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부여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돋보기' 코너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 현대그룹을 일군 정주영 등 세 명을 꼽아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에 대해서는 '일제 강점기에 유한양행을 설립하여 질병으로 신음하 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며 '기업 활동을 통해 모은 대부분의 재산을 공익재단에 기증하여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업의 아름다운 가치를 보여 주었다'고 기술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의 기업을 세우고 1960년대 전자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파악하여 삼성 전자를 설립하였다'며 '1980년대에는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여 한국이 정보 산업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였다'고 서술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수출산업을 이끈 기업들을 창업하였다'고 기록했다. 또 '특히 그가 대규모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영국 투자은행에 보여주며 우리는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교과서는 또 이같은 서술 부분 위에 1976년 포항제철 제2고로에 불을 붙이는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의 사진도 수록했다.
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 기업, 근로자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어려운 환경을 슬기롭게 헤쳐나간 결과 오늘날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사실을 서술한다'라는 편찬기준에 따른 것이다.
과거 경제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각종 문제점에 대해서도 서술했다.
'고속성장의 그늘'과 '산업재해와 환경 문제' 등을 다룬 부분에서는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조건 속에 일해야 했고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서술했다. '당시 정부와 기업인들은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 운동을 억압하였다'는 표현도 들어갔다.
그러나 전태일 분신과 정부의 도시 빈민층 강제 이주, 농민의 희생 등에 대해서는 사건만을 언급하거나 사진 자료로 대신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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