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주권 정신이 살아 꿈틀거리는 사회 만들자, 대구 시민이 일어서면 대한민국이 일어선다"
[아시아경제(대구)=이현주 기자] "아이고, 억수로 많이 오셨네. 뜨신데(따뜻한 곳)는 나쁜 사람들만 있고 좋은 사람들은 다 추븐데(추운 곳) 나와 있네. 근데요 촛불이 들려 있는 지금 이곳이 저들이 앉아 있는 곳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에요."
◆오후8시 비 그치자 5만명 모여=26일 제4차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대회가 열린 대구 중앙로 반월당네거리.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회를 맡은 '만민공동회' 토크 콘서트가 오후 8시경 시작됐다. 주최 측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5000명)의 대구 시민이 모였다.
김 씨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하며 콘서트를 시작했다. 그는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최순실 일가에게만 권력을 준 대통령은 헌법을 유린했기 때문에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서트는 김씨가 시민들 사이를 다니며 마이크를 건네주고 대구 시민들이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구 시민들, 답답함 토로=김 씨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은 대구 시민들은 하나, 둘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 20대 남성은 "청나라와 로마가 윤리적으로 부패했을 때 멸망한 대표적인 나라"라며 "윤리적 부패를 지켜보기만 한다면 우리나라도 세월호처럼 침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대왕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본받았으면 한다"면서 "제2의 김재규가 나타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내려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3살 된 딸이 있다고 밝힌 30대 시민은 "우리 딸아이가 커서 만약 이화여대를 간다고 했는데 정유라 같은 애가 10억짜리 말 들고 특례로 들어가게 되는 그런 세상은 원치 않아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한테 주민세, 담뱃값 거둬들인 세금으로 최순실이 연루된 문화융성사업에 검토도 안 하고 세금을 막 썼다"며 "이게 나랍니까. 납세자인데 조세 저항하고 싶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의견을 들은 김씨는 "우리가 낸 돈은 제발 우리한테 쓰자"며 "이렇게 되면 신생아한테도 표를 줘야지 정치인들이 유모차 몰고 오는 엄마들을 보면서 아이고 두 표다 하며 겁을 내고 애들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엄마, 아빠가 낸 돈으로 아이들 예방접종을 한다"며 "우리는 국회의원과 최순실 일가 주머니 채우라고 돈 낸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씨는 "자꾸 저한테 종북, 종북 그러셔서 나는 경북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진짜 종북이 누구냐면 북한 얘기 아니면 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북한 없이 잘 산다"고 덧붙였다.
◆대구는 박 대통령 이전 곽재우·전태일의 고향=금수저와 흙수저 얘기도 나왔다. 김씨는 "금수저, 흙수저 이런 얘기가 있는데 금은 없어도 살지만 흙 없이는 못 산다"며 "금수저 편해 보이지만 우리가 사는 게 그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들이 여자 친구와 버스를 기다려봤겠나, 땅콩 안 까준다고 무릎 꿇으라고 하겠냐"면서 "지지고 볶고 우리끼리 재밌게 살자"고 했다.
김씨는 "대구는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곽재우 장군이 지켜낸 곳이기도 하고, 전두환·노태우·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기 이전에 노동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불태운 전태일의 고향이기도 하다"면서 "대구의 정신은 그렇게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채보상운동공원에서 민족의 정기를 세웠던 곳이고, 박 대통령 고향 이전에 민족이 살려냈던 고향"이라며 "이 나라는 이 땅을 딛고 있는 여러분들의 고향이니 자부심을 갖고 살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가 갈등과 분열이 아닌 힘을 합쳐 통일의 세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고 인간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민 주권 정신이 살아 꿈틀거리는 사회를 만들자"면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대구=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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