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청소년 뽑아 선수 만드는 시도도 필요"
[용인=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일흔둘. 얼굴과 손에는 세월의 풍파를 담은듯 주름이 가득했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
김호 감독(72)을 22일 용인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6월 23일부터 용인시축구센터 기술총감독으로 축구 꿈나무 육성에 힘쓰고 있다. 센터 12세 이하 선수들이 김 감독에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김호 감독은 푸근한 미소로 "학교 갔다 왔나?"고 하고 "이 친구들이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용인에 있으면서 신문, 방송으로 축구대표팀 소식을 빠지지 않고 챙기고 있다"고 했다. 김호 감독은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이 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다섯 번째 경기를 현장에서 봤다. 한국은 전반 24분 수비수 김기희(27ㆍ중국 상하이선화)의 패스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고 후반전에 남태희(25ㆍ카타르 레퀴야), 구자철(27ㆍ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골로 어렵게 역전승했다.
김호 감독은 "대표팀에 마땅한 수비수가 없다고들 한다. 요즘 수비수들은 태클과 몸싸움에 소극적이다. 신장은 좋아졌지만 거친 면이 사라졌다"고 했다. 원인은 인조잔디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지금 세대 선수들은 어릴 때 인조단디에서 공을 찼다. 인조잔디는 태클을 하면 축구화가 잔디에 걸려 다리를 뻗기 힘들다. 부상 위험도 있다. 태클이 몸에 익숙치 않은 것이다. 오히려 모래가 다리에 상처가 나더라도 푹신함이 있다"고 했다.
김호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62)이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에 새 얼굴을 발탁하는 것은 사실 위험하다"고 한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를 다듬어서 길러보는 노력은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 얼굴에 국가대표라고 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선수가 없을 수는 있다. 그럴 경우 스물세 명 엔트리를 모두 채우면서 그 사이 재능 있는 청소년 선수들을 뽑아 훈련도 지켜보고 선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축구대표팀은 내년 3월 23일 중국(장소미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여섯 번째 경기를 한다. 김호 감독은 "중국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95~2003년 수원 삼성 감독 시절 중국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내가 가면 중국이 한국 축구를 연구하고 서로 간의 격차가 빨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 안 갔다. 지금은 선수-지도자들이 중국에 많이 가 있다. 일본이 왜 한국을 넘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본이 한국의 투지를 배워서 접목했다. 중국도 같을 수 있다"고 했다.
김호 감독은 용인에서 한국 축구의 밑거름을 만든다. 오후 다섯시부터 평균 한시간반 동안 운동장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공을 항상 주시해라",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라"고 조언한다.
김호 감독은 "개인적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ㆍ레알 마드리드)보다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를 더 선호한다. 호날두는 자신을 위해, 메시는 팀을 위해 뛴다. 그래서 호날두는 레알에서는 빛나지만 다른 팀에 가면 잘하기 쉽지 않다. 메시는 자신이 돋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메시와 같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나 같은 지도자들은 유소년 선수들을 맡는 것이 좋다. 많이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고 방향을 찾아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1975년 동래고등학교 감독부터 41년 동안 감독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나는 지금도 스스로 감독이라고 부르지 않고 기술자라고 부른다. 더 배우고 나도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김호 감독의 청사진은 용인시의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힘을 얻고 있다. 정찬민 용인시장(58)이 그를 물심양면 돕고 있다. 김호 감독은 "용인시가 최근 부채를 많이 줄였다. 곧 용인시에도 3000석 규모의 축구장을 만들고 2부리그 프로팀을 만들 계획도 있다. 경기장은 크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로 만들고 팬들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즐기는 축구경기장으로 꾸미려 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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