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콩서 10억대 호화 결혼식 유행…축의금도 고공 비행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홍콩ㆍ중국에서 비용 100만달러(약 11억4500만원)를 웃도는 결혼식이 유행하고 있다.
포시즌스호텔홍콩(香港四季酒店)은 최근 200만달러짜리 결혼식 패키지 상품인 '레전더리 웨딩'을 내놓았다. 결혼 전문 유명 사진작가의 촬영에서부터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셰프가 제공하는 음식, 비즈니스 제트기를 이용한 신혼여행에 이르기까지 온갖 서비스가 제공된다.
포시즌스호텔홍콩은 홍콩 현지뿐 아니라 중국 본토, 더 나아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신랑ㆍ신부까지 유인하고 있다.
포시즌스호텔홍콩 측은 "현재 홍콩 현지 고객이 많으나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와 선전 같은 인근 도시에서 건너오는 신랑ㆍ신부가 날로 늘고 있다"며 "머잖아 동남아 고객들도 이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요즘 신랑ㆍ신부는 결혼식 비용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들은 원하는 카메라 앵글, 자기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조명, 촬영 순간을 일일이 지시하기도 한다.
홍콩의 웨딩 전문 사진작가 모쥐린(莫卓麟)은 최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요즘 신랑ㆍ신부들이 결혼식 비용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은 호화롭게 보이길 원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결혼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아시아에서 결혼식이란 신랑ㆍ신부만의 자축연이 아니라 양가 가족ㆍ친지들의 잔치이기도 하고 지적했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어 비용 100만달러를 넘기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럭셔리 웨딩 패키지는 결혼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세인트레지스(瑞吉酒店)선전은 결혼식 이후 호텔 99층에 자리잡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엘바에서 저녁 만찬을 제공한다.
상하이(上海)의 만다린오리엔탈푸둥(浦東文華東方酒店)은 황푸(黃浦)강에서 신랑ㆍ신부에게 한 시간 동안 요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이징(北京)의 리츠칼튼은 롤스로이스 리무진으로 시내를 가로지르는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포시즌스호텔홍콩은 신랑ㆍ신부에게 스파요법, 빅토리아항(港)이 내려다보이는 특실 하루 숙박권을 제공한다.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것은 식장ㆍ음식ㆍ테이블 등 결혼식 그 자체다. 홍콩 정부가 운영하는 대중 웨딩 전용 웹사이트 EDS라이프(生活易)에 따르면 현지의 결혼식 평균 비용은 커플당 2만600달러다.
하객 10~12명이 앉을 수 있는 식장 테이블당 비용은 4000달러다. 결혼식 건당 대개 테이블 40개 이상이 사용된다.
아일랜드샹그릴라홍콩(港島香格里拉大酒店)도 럭셔리 웨딩 패키지를 서비스한다. 화려한 장식은 물론 새끼돼지 통구이, 신선한 랍스터 같은 희귀 음식이 제공된다. 테이블당 비용은 3725달러다. 여기에는 마사지 등 기타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리츠칼튼홍콩의 테이블당 비용은 3560달러다.
'아시아의 관문' 홍콩에서 호화 결혼식이 보편화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탓에 비용은 더 늘 듯하다.
축의금 역시 인플레를 겪고 있다. 5성급 호텔에서 거행되는 결혼식의 하객들은 베이징어(語)로 훙바오(紅包ㆍ축의금을 넣는 붉은 봉투), 광둥어로 라이시(利是)라고 부르는 봉투에 평균 154달러를 넣는다. 일반 결혼식 하객들의 경우 75~100달러를 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호화 결혼식은 중국의 인기 가수 겸 영화배우인 황샤오밍(黃曉明)과 인기 모델 겸 영화배우인 양잉(楊穎ㆍ예명 안젤라베이비)이 지난해 10월 상하이컨벤션센터(上海展覽中心)에서 올린 '세기의 결혼식' 이후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 돈으로 360억원이나 들어간 이들의 초호화판 결혼식장 테이블 200개에 하객 2000명이 꽉 들어찼다. 10층짜리 웨딩 케이크, 성(城)을 연출한 홀로그래픽 조명, 크리스티앙 디오르 디자인의 웨딩 드레스도 화제가 됐다.
웨딩 드레스는 5개월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젤라베이비의 손가락에 끼워진 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는 17억5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이었다.
이런 초호화 결혼식은 부패척결을 앞세우고 향락ㆍ사치를 배격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침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부(富)를 축적한 일부 벼락부자와 연예계 인사는 시 주석의 시책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중국에서 인민들이 여기에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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