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예산국회와 거국내각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초 이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비주류의 거센 지도부 사퇴 압박에 '원내 지도부 사퇴' 카드로 화답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도마에 오른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는 조건부 사퇴에 대해 침묵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 같이 발언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회의 중간 정리발언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사퇴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예산안 통과 직후 사퇴하겠다. 원내 지도부도 함께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현행 국회법상 예산안 통과 기한은 오는 12월2일이다. 이때를 전후해 정 원내대표의 사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의총에선 시작부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비주류의 압박이 이어졌다. "당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지금은 사퇴할 수 없다"며 버티던 이 대표를 향해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은 "지금이 명예롭게 퇴진할 가장 좋은 때"라고 공세를 펼쳤다. 한 여성 초선 비례대표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퇴 찬반론은 50 대 50으로 맞섰다.
결국 일부 의원들이 기한을 정해놓고 현 지도부가 당권을 행사하는 '조건부 사퇴론'으로 중재에 나섰고 정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했다. 새 원내 지도부는 기존 원내 지도부 사퇴 이후 공고를 통해 경선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조건부 사퇴론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향후 새누리당 운영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최고위원과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전당대회를 통해 권한을 위임받았기에 의원들의 요구만으로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내 경선을 통해 선발된 원내 지도부와 달리, 당원과 국민들이 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의총은 애초 30여 명의 의원들이 신상 발언을 신청했으나, 주류와 비주류 간 의견이 갈리면서 40여 명까지 연단에 올랐다.
앞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정국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의총은 오히려 당내 이견을 확인한 자리가 됐다. 비박 측에선 "의총을 공개하자"고 했으나 친박 지도부의 거부로 좌절됐다.
비박 의원들은 "친박 지도부가 사전에 준비된 각본대로 의총을 이끌어가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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