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날듯
"3%대 경제 성장 가능" 낙관론 펼쳐
추경 "불필요" → "필요" 말바꾸기 논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300일을 불과 5일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에 대한 수습 차원에서 이뤄진 개각이지만 예산임 심의 도중 구조조정 등 현안을 남겨둔 채로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하게 된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경제전문가인 유 부총리는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고수해왔다.
유 부총리는 올초 후보자 청문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지 않아도 올해 정부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히며 낙관론을 처음 꺼냈었다.
당시 유 부총리는 "경제가 어렵고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매우 낮은 기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다"며 "재정도 아주 확장적이었던 이전 기조와 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노력하면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경제는 곧 심리'라는 말처럼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관가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4월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 부총리의 낙관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추경 편성을 두고도 "추경이나 공적자금 투입 안된다"고 고집을 피우다 "필요하면 편성할 수 있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고, 다시 "추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유 부총리의 낙관론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에 3% 성장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현 상황이면 3%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로 2.9%와 2.7%를 제시했고,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시각이었다는 평가다.
경제낙관론 만큼 논란을 빚은 것은 '리더십'에 대해서였다. 후보자 시절부터 '순둥이'라고 불리며,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추진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결국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두고 경제총괄 부처인 기재부와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50일 가까이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한은 대출 10조원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두 기관 간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유일호는 스스로를 '건전재정론자'라고 일컬었지만 결과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무려 3차례나 추경을 편성했는데 세월호와 메르스라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반기 들어서는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조선·해운 구조조정 부실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외 컨설팅업체를 동원하면서까지 마련했던 조선해운 경쟁력 강화방안을 지난달말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부실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대책 논란도 유 부총리의 리더십 부재 논란을 가중시켰다.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 부총리는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현실과 괴리가 있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지난 1월13일 취임해 지금까지 약 10개월간 일했다. 이는 김대중 정부 때의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이후 가장 짧은 기간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