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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국가의 주인인가, 시험대 오른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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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정농단 의혹의 두 주인공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이 검찰 수사를 대하는 태도를 접하며 국민들이 검찰 칼 끝에 주목하고 있다. 국가 공권력의 대행자,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인식하는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지 민낯을 드러낼 시험대에 올랐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오후 3시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실소유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유출·누설 상대방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최씨 측근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40),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45)을 비롯한 두 재단 및 개인회사 관계자 조사, 200여건의 청와대 문건이 담긴 태블릿 PC 등 각종 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최씨의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전에 구체적인 혐의를 밝힐 수 없다”며 최씨의 대응 여지를 축소했다.


다만 수사전개가 더뎠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하루 전만 해도 “정신적 충격으로 건강이 매우 나빠 (독일에서)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던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일제히 사표를 내던 29일 밤 영국 런던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검찰은 이튿날 오전 그가 인천공항에 내릴 때까지 처분을 검토하고도 당장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만큼 실체규명에 다가서지 못한 채였다. 결국 유유히 입국장을 빠져 나가 31시간의 ‘기회’를 얻게끔 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고발장이 접수된 뒤 31일이 지나도록 말이다. 시원찮은 행보에 곧장 입국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고, 거기다 “(검찰 포함)공적인 기관에서 나온 사람은 없다”고 해명한들 설득이 녹록찮다.


고발장 접수 20여일 만에 재단 설립 업무를 관장했던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2명을 소환조사하기 전까지 검찰이 취한 조치는 최씨를 비롯한 의혹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와 통화내역 조회였다. 필요할 때 조사석에 앉힐 수 있도록 소재를 파악하고, 주요 관계자들의 관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이미 구멍이 드러났다. 재단 사유화 내지 권력을 등에 업고 사기업에 전횡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 최씨나 차은택 전 창조경체추진단장은 이미 한국을 뜬 뒤였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조연급 청와대 관계자는 ‘안전한 번호’로 핵심 참고인들을 상대로 회유에 나선 단면이 드러났다. 최씨 본인도 최소 4개의 이상의 대포폰을 쓴 정황이 확인됐다.


이틀간 청와대 압수수색으로 박스 7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지만 이번 수사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그 박스가 ‘빈 박스’인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마저도 청와대가 골라서 내어준 압수물이다. 청와대의 거부로 압수수색 대상지인 안 전 수석이나 정호성 부속비서관 사무실엔 발을 들이밀지조차 못했다. 청와대가 생각하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은 검찰, 그리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이익’인 모양이다. 수사대상이나 형사처벌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국정 유출·누설의 지시자다.


검찰 스스로 간과한 것인지, 설마 국정농단에 준하는 배경이 있으리라 가늠조차 못한 것인지 이미 흘려보낸 사건에 녹아든 단서를 결과적으로 방기했다는 지적도 많다. 태블릿PC 등 드러난 단면을 감안하면 최씨의 남편이었던 정윤회씨가 연루된 2014년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 이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국정농단’은 현재진행형이었던 셈이다.


가깝게는 최근 총수일가(장녀 제외)를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세우는 것으로 마무리 된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서도 단서는 있었다. 연초 두 재단에 이미 45억원을 출연한 롯데그룹이 검찰 강제수사 착수에 임박해 70억원을 후원했다 열흘 만에 돌려받았다. 그룹 심장부 정책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주요 자금흐름을 모두 훑었던 검찰이 조금 더 깊이 경위를 파고들었다면 ‘최순실-재단-청와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넉 달 전에 감지할 기회가 있었다.


수사 초기부터 검찰이 무딘 칼을 빼어들지 않을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는 끊이지 않았다. 각론에서 온도차는 별 수 없더라도 여·야가 특별검사 도입에 한 목소리를 냈고,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뒤 전날 검찰청사를 찾아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를 면담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절망적”이라는 소감을 내놨다. 고검장 출신 서영제 변호사는 최근 토론회에서 "검사의 가장 큰 임무는 살아 있는 권력에 수사의 칼날을 서슴없이 들이미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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