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6000원 갤S7이 6000원에 판매되는 배경
36개월 할부, 고가요금제 선택약정, 카드결합
단말기유통법의 지원금 상한제 등 때문
이통사, 판매점 모두 불·편법 영업 하는 이유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갤럭시S7이 얼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휴대폰 판매점 직원은 아무 말 없이 계산기에 '6000원'을 눌렀다. 나름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각종 휴대폰 르포를 돌아봤지만, 최신 스마트폰이 6000원에 판매된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곧바로 "어떻게 그 가격이 나오냐?"는 질문에 의문이 해소됐다. 36개월 할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신용카드 결합 등 각종 추가 계약이 덕지덕지 붙어있던 것이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 이후 휴대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일부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이 같은 꼼수 영업을 벌여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특히 종로, 신촌 등 휴대폰 판매점이 몰려있는 번화가에서는 손쉽게 최신 스마트폰이 '공짜', 혹은 정상가보다 훨씬 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홍보 문구를 보고 있다.
단말기유통법 내 지원금 상한제에서는 소비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을 33만원으로 제한한다. 고가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면 7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단말기유통법 이후 소비자 차별은 줄었지만 오히려 휴대폰 구입비용이 늘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선택약정제도를 지난 2015년 4월 강화했다. 기존 할인률 12%를 20%로 확대했다.
83만6000원짜리 '갤럭시S7'을 6만원대 요금제로 선택약정에 가입하는 경우 31만6000원을 할인, 52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여기에 각종 결합 혜택은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또 다른 변수가 된다. 단말기유통법에서는 이동통신사, 휴대폰 대리점 및 판매점 외에 제3자가 지급하는 할인 혜택은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가족 중 OO 통신사를 쓰는 사람이 있나', '신용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등의 설명은 휴대폰 판매점에서 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이동통신사들은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신용카드로 휴대폰을 구입한 뒤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상품을 운영 중이다. 한 달에 30만원을 쓰면 1만5000원(2년 기준 36만원), 70만원을 쓰면 2만원(2년 기준 48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2년간 혜택도 할부원금에 더해지면서, 매달 30만원씩 특정 신용카드를 쓰면 갤럭시S7을 16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머지는 불법 보조금이다. 여기에서도 카드로 구입하는 경우와 현금으로 구입하는 경우, 번호이동으로 가입하는 경우와 기기변경으로 구입하는 경우의 가격이 각각 다르다. 보통 현금으로 결제하면서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가입이 가장 큰 혜택을 받는다. 또 번호이동의 경우 이동하려는 통신사에 따라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단말기유통법이 휴대폰 시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지원금 상한제라는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가 있다 보니 다양한 꼼수 영업이 활개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사, 휴대폰 판매점들은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편법 영업을 감행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해 과도한 판매 장려금을 지급해 판매점들의 불법 영업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으며, 휴대폰 판매점은 폰파라치, 방통위 단속반의 눈을 피하느라 바쁘다.
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차별 없이 휴대폰을 구입해야 한다는 취지 때문에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불·편법 영업이 시장에서 활개치면서 피해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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