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규모·법적 책임·인적쇄신 여부 촉각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른바 비선실세와 연설문 사전 유출을 인정한 만큼 앞으로의 관심은 유출 기간과 규모, 법적인 책임, 청와대의 인적쇄신 여부에 모아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과문에서 "(최순실로부터)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일부 자료에 대해 일부 의견 들은 적 있으나 보좌진이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 뒀다"고 밝혔다.
현재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사전 유출 자료 가운데 가장 최근 자료는 2014년 3월27일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이다. 2013년 2월 취임 이후 적어도 일년 이상 최씨에게 각종 자료가 넘어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이 기간은 특히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인선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졌을 때라는 점에서 최씨가 인선까지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13년 8월5일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교체될 때 최씨는 하루 먼저 관련 자료를 받아보기도 했다. 이외에 언론으로 확인된 자료만해도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 내용도 포함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스템 완비 시점과 관련해 "시스템이라는 게 아시겠지만 취임 초기에 정무적인 협상이라든지 인선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 않냐"면서 "그런 점들에 관해 대통령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의견을 들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완비 시점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지만 적어도 초기에는 각종 결정 과정에서 최씨로부터 여러 의견을 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문건 사전 유출이 본인의 책임이라고 밝힌 만큼 법적인 책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생산 문건은 외부 유출이 엄격히 금지돼있는 만큼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역시 이 조항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에서 주장하는 인적쇄신 가능성은 다소 유동적이다. 본인이 결정해 진행된 만큼 참모진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참모는 '청와대 내부적으로 색출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에 "그런 건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병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과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의 자금조성 의혹 등을 연계해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청와대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최순실과 연설문 등의 사전 유출에 대한 것이지 미르와 K스포츠재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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