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한성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접촉한 것이 21일 확인됐다.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강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번 회동이 앞으로 어떤 외교적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한 국장은 이날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KBS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그는 취재진에게 미국 전문가들과 회동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담 의제와 관련, "수해문제는 아니고. 관심사되는 문제들에 대해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거지"라고 답했다.
이날 같은 호텔에서 1994년 북핵 제네바 합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와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북핵전문가 조지프 디트라니도 취재진에게 목격됐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회동과 관련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 이제 막 대화를 시작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북측에서는 한 국장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미국 측에서는 갈루치 전 북핵 특사와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가 참석하는 '2+2' 회담 형식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장시간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대미 핵심 외교라인과 미국의 북핵 전문가들이 만나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한다는 점에서 이번 접촉의 의미가 적지 않다. 그 동안 국제사회의 강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미 간에 '공식 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북미 접촉은 오는 22일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장은 앞서 지난 5월 세미나를 위해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도 전직 미국 외교관과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 국장이 지난달 민간 차원의 미국 사절을 북한 평양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당시 미국 사절의 북한 방문은 전 뉴멕시코 주지사이자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로서 수년간 북한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이 이끄는 '리처드슨 센터 포 인게이지먼트'(Richardson Center for Global Engagement)가 주관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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