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해결 못했는데 부동산·부채 문제까지
유일호 "비상한 각오를 갖고 무겁게 점검"
내년 대선 앞두고 정부 '복지부동' 우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위기에 몰린 한국 경제를 구원할 특급 소방수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에 기댄 부동산 의존형 경제구조의 심각성이 불을 당겼다. 수출 주도형 성장은 한계를 드러냈고, 투자 위축에 실업률은 악화일로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성장, 뉴노멀까지 거론하지 않아도 충분히 절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총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수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9회말 2아웃 만루에 몰렸지만 어디서도 구원투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채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경제구조를 뜯어고쳐 아예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혜안과 지속적인 추진력이 요구된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우왕좌왕하며, 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팀이 보여준 뒷북 대응과 실기(失期)로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손해를 보더라도,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해답을 마련하겠다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부는 우선 격주로 열던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매주 열어 비상체제를 가동시켰다. 이달 말에는 조선, 해운, 철강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부동산시장 리스크 점검 이후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유 부총리는 20일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 자동차 파업, 북핵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내외 위험 요인을 놓치지 않고 비상한 각오를 갖고 무겁게 점검해 나가겠다”는 발언에 이어 긴장감을 불어넣은 차원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 방향성을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부동산 경기에 자칫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내년 이후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부동산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발언을 두고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8·25 대책 효과를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현 정부 들어 금리를 6번 낮추며 금리 부담이 3분의 1가량 줄어 부채가 늘어도 금리가 계속 내려가니까 실제로 이자 내는 돈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흐르기 때문에 신뢰가 무너지고 위험이 쌓이면 순식간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부동산과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만큼 적절한 상황판단과 결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현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적다. 불과 1년을 남겨놓고 중장기 대책을 펼칠 수 없는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영국 등도 자존심을 꺾고 위기 시에 중앙은행 총재까지 외국에서 전문가를 영입한 사례가 있다”며 “절체절명의 시기에 있는 우리나라도 위기극복을 위해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