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문화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화계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블랙리스트 반대 퍼포먼스와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명단을 작성한 담당자를 처벌하고 논란을 야기한 정권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예술검열을 반대하는 예술가들로 구성된 예술행동위원회는 이날 "제정신을 가진 사람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예술인들을 통제 관리해 온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를 과거 군사정권 시절 우리가 맞닥뜨렸던 예술문화계 탄압과 본질이 같은 사건으로 규정한다"며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국회 청문회를 개최하고, 문화예술위원장 사퇴와 블랙리스트 작성자 처벌도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행동위는 기자회견에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등 현 정권에서 일어난 예술검열 사례를 보여주며, 블랙리스트가 확인된 만큼 그동안 심증으로만 존재했던 검열 사례가 더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시인과 소설가 등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예술인을 포한한 문화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전 한 시간 가량 의상을 입고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퍼포먼스를 하며 정부 검열에 저항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는 김창규 시인은 "문학의 본질은 비판"이라며 "정권이 비판을 못하게 막는 행위는 군사정권보다 더 어둠의 시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등록증 복사본을 옷에 붙이고 '나는 블랙리스트다'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미술가 임옥상씨는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탄압해도 더욱 당당하게 예술인의 역할을 하겠다"며 "문화계는 오랫동안 정부의 탄압을 온몸으로 겪어왔다"고 말했다.
문화계는 앞으로 블랙리스트 예술가 시상식과 릴레이 기고 등의 방식으로 블랙리스트 반대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어 12일 9437명의 예술인 이름이 담긴 블랙리스트 명부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조윤선 문화부 장관은 "그런 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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