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동주택 실내간접흡연 피해방지안' 마련
제도개선 바탕으로 내년 말 법개정 계획
국민신문고 민원 中 간접흡연 관련이 층간소음보다 많아..실내흡연 문제 55%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내 집에서 내가 담배 피우겠다는데, 뭔 상관이야!"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아래층에 담배 좀 피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러 갔다가 되레 큰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아래층 남자는 베란다에서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워왔다. 연기가 그대로 올라오면서 아이들은 물론 A씨 자신도 두통과 기침에 시달리기 다반사. 참다 못 해 내려갔더니 흡연자가 적반하장으로 나온 것이다. 경비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해도 "실내 흡연까지 제지할 순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결국 A씨는 지난 5월 국민신문고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층간소음과 더불어 공동주택 내 갈등에서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18일 '공동주택 실내 간접흡연 피해 방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제도 개선안을 바탕으로 내년 말까지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제도 개선안에는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입주자의 층간 간접흡연 중단 협조와 피해 방지를 의무화하고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실내 흡연 중단 권고·사실관계 확인 조사, 층간 간접흡연 피해 방지·분쟁 조정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층간 간접흡연 예방·조정·교육 목적의 공동주택 자치조직 구성 및 운영 근거를 마련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공동주택 층간소음 및 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총 1243건이었는데, 간접흡연 피해 관련 민원이 726건(58.4%)으로 층간소음 민원(517건·41.6%)보다 많았다. 살인사건까지 유발한 층간소음처럼 간접흡연 문제도 시한폭탄이 돼 공동주택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법령 정비로 사정이 좀 나아졌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필요한 법령 후속 조치가 완료돼 지난달 3일부터 공동주택의 계단, 복도 등 공용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세대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금연구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검토 후 해당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
이제 남은 문제는 공용 공간이 아닌 세대 안에서 발생하는 흡연이다. 2011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접수된 국민신문고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 민원 분석 결과 흡연 장소 비중은 베란다, 화장실 등 집 내부가 가장 많은 55.2%를 차지했다.
권익위는 그간 실내 간접흡연 방지에 관한 제도적 근거가 미비해 주민간 갈등이 유발된 만큼, 이번 제도 개선안과 향후 있을 법 개정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재식 권익위 제도개선총괄과장은 "우선 제도개선안으로 공동주택 실내 간접흡연에 대해 보다 실효적으로 계도하고 홍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내년 말 법 개정 전이라도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배려해 공동주택 실내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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