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외국인이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전자를 손에 쥐고 좌지우지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화에 성공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악재가 터졌을 때에는 높아진 외국인 의존도가 되레 독(毒)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노트7 전 세계 판매 중단 소식에 8% 급락 마감했던 전날, 주요 매도 주체로 나선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전날 삼성전자 주식 19만9200주, 3157억5300만원어치를 시장에 던졌다. 모건스탠리, CS, HSBC, 제이피모건, UBS 등 외국계 증권사 5곳이 모두 매도상위 창구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등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강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외국인 순매도의 94%가 삼성전자"라고 지적하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국내 증시의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대략 2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국인 투자 비중은 50%를 넘어서 외국인의 대량 매물이 터진 날은 개인과 기관이 매수하더라도 주가가 힘을 못 받는다.
일각에서는 전날 삼성전자 주가 낙폭이 예상보다 컸던 것을 두고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 스와프를 거래한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헤지를 위해 삼성전자의 주식을 예상보다 더 팔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외국인 매물폭탄에 급락했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외국인이 보낸 서신 한 장에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는 천국도 맛 봤다.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0.62%에 불과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지난 5일 '삼성전자 주주가치 증대 제안서'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사업회사 분리 및 특수 배당 30조원을 요구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 7일 171만6000원까지 주가가 올라가더니 사상 처음으로 170만원을 넘는 종가 기록도 남겼다.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조를 받으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영국 3대 자산운용사인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 네덜란드 APG펀드 등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삼성전자의 주주배당 강화에 찬성한다며 엘리엇 요구의 수용을 촉구했다.
삼성전자의 실적도 외국인 손에 달렸다. 삼성전자가 얼마나 장사를 잘했냐 하는 게 해외매출에서 판가름 난다는 얘기다. 지난해 200조원이었던 삼성전자 매출 중 해외 매출은 90%에 달한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스프린트, 버라이즌 등 외국계 5개사다. 이들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액 대비 약 14% 수준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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