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공사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중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 계정의 기본재산을 추가 확충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로 내년 예산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4일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예산으로 주택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예산당국과 협의해 왔으나 무산된 것이다.
지난 4월 출시된 ‘주택연금 3종 세트’ 중 하나인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은행들이 적극 취급하도록 지급하는 판매장려수당과 저가주택 보유자 우대형 주택연금 지원 등을 위한 자금도 함께 요청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주택연금 3종 세트 출시 당시 “판매장려수당과 우대형 지원으로 올해 1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올해는 주택금융공사의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되 내년 이후는 관계부처와 효과 분석, 소요 재원 등을 검토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예산 반영이 되지 않으면서 주택금융공사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서를 발급하면 은행이 이를 토대로 주택연금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3종 세트 출시 등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5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가량 급증했다.
주택금융공사는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기본재산 대비 보증잔액 운용배수가 지난해 말 12.8배에서 올해 16.4배로, 내년에는 18.1배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해 왔다. 주택금융공사가 적정 수준으로 책정한 14.7배를 상회하게 돼 자본 확충을 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시가 9억원 이상 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보유자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가입자 증가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07년 주택연금 출시 초기에 190억원가량을 출연한 이후 별다른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특별한 재원 마련 대책 없이 3종 세트가 도입돼 주택연금 계정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일단 내년까지는 기금으로 주택연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예산당국의 판단”면서 “내년에 운용배수가 더 올라가더라도 3종 세트를 비롯한 주택연금 사업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내후년(2018년)에는 예산 반영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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