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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총파업 D-2 ②]'강대강' 노사, 원칙만 되풀이…정작 제도는 논의조차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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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염두에 둔 형식적 교섭, 끝내 파업으로…국민 74%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 선행돼야"

[금융권 총파업 D-2 ②]'강대강' 노사, 원칙만 되풀이…정작 제도는 논의조차 못해 주요 시중은행 본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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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금융권 노사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강대강(强對强)'의 대립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아이러니한 사실은 금융 노사가 정작 성과연봉제에 대한 논의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측은 '수익성 악화를 걷고 있는 은행 산업에 호봉제 기반의 임금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 노조는 이를 '쉬운 해고로 이어지는 해고연봉제'라 규정하며 결사반대를 외치며 서로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하다 파업에 이른 셈이다. 결국 그 피해는 노조의 파업 선언으로 금융소비자가 짊어지게 됐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성과연봉제를 포함한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안건을 놓고 1차 산별중앙교섭을 연 것은 지난 4월초였다. 그러나 당시 사용자협의회 측이 불참하면서 협상이 불발됐다. 이어 5월 본격 교섭을 시작해 수차례 진행했으나 양측은 매번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일부 비공개 협상장에서는 성과연봉제 제도 자체에 대한 알맹이는 빠진 채 '협상 도중에 왜 웃느냐'는 등의 감정싸움에 따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지난 6월말 5차 교섭 끝에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당시 협상 직후 노조 관계자는 "예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월 중순 중앙노동위원회가 27개 금융사(사용자협의회에서 기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 제외)에 대한 조정 종료를 결정했다. 노조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 같은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사측 관계자 역시 "예정된 수순"이라고 밝혔다. 양측 모두 애초에 파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형식적 교섭에 임했던 셈이다.


정작 성과연봉제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교섭과 조정이 모두 끝난 뒤인 7월 말이다. 은행연합회는 외부 기관 자문을 거쳐 개별 성과평가를 도입하고 이에 따라 연봉의 차등폭을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민간 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곧바로 적용하기 힘든 '기본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시 금융권 실무자들의 평가였다. 오히려 기존 인사제도보다 훨씬 성긴 것이어서 각 은행별 인력운영 상황과 기존 인사제도에 따라 상당 부분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산별중앙교섭이 결렬된 뒤여서 해당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는 교섭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정부는 당초 금융개혁의 주요 과제로 성과연봉제를 제시하면서 "금융권은 보신주의와 무사안일한 문화로 생산성이 떨어지나 보수가 높은 업종"이라며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직원이 제대로 우대받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ㆍ평가 제도를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는 상당수 공감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부의 무리한 추진과 그에 따른 노사 갈등이 깊어지자 최근에는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최근 금융노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4%가 '금융ㆍ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ㆍ도입을 반대하거나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역시 제도 자체보다는 정부의 강압적인 도입 방식을 지적하며 노사 협의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각 은행마다 이미 일정비율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있는데도 전혀 없는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다"며 "진정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강압적 방식을 멈추고 노사의 자율교섭을 철저히 보장한 뒤 충분한 검증을 통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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