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차그룹이 해외 우수 인재를 찾아나섰다. 자율주행, 친환경차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권문식 부회장이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28개 차종의 친환경차를 개발해 글로벌 톱2에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1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미국 샌디에고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톱 탤런트 포럼'을 개최했다. '글로벌 톱 탤런트'는 글로벌 핵심 인재 발굴을 위해 2011년 현대차가 도입한 제도다. 해외대학 이공계 석ㆍ박사 학위 취득ㆍ예정자 또는 관련 경력 보유자가 대상이다. 기존의 인재 채용과 달리 별도의 실무면접 없이 참가자들의 포럼 주제 발표로 인재를 뽑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자신의 주 전공을 산업에 접목해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올해는 세계적인 컴퓨터 공학 연구 기관인 카네기멜론대학교 박사들도 대거 참여했다"고 말했다.
올해 주제는 자율주행, 스마트카, 친환경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핵심 분야로 채워졌다. 지난해 '저연비 차'가 주제였던 것과 다른 내용이다. 이들 주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최근 남양연구소를 방문하는 해외 인사들에게 "현대기아차는 정보통신과 전자 기술이 융합된 자율주행 기술과 하이브리드ㆍ전기차ㆍ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수년째 글로벌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에 이어 고성능브랜드 N 개발을 위해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BMW에 몸담으며 고성능브랜드 M의 개발을 총괄했다. 최근에는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통커볼케 전무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동커볼케 전무와 호흡을 맞출 이상엽 벤틀리 외장ㆍ선행디자인 총괄 영입에도 정 부회장이 공을 들였다.
올해 포럼을 부회장급 인사가 챙긴 것도 눈길을 끈다. 양웅철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내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권문식 부회장은 포럼에 참석해 지원자들의 발표 내용을 검토한 것은 물론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위한 R&D'라는 주제 강연도 진행했다.
그룹 내 계열사의 참여도 강화되고 있다. 미래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자동차 부품 계열사들의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현대오토에버 등이 참여했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치인 1조78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현대차는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에만 1조원을 쏟아부었고 기아차 역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5% 늘린 7800억원을 집행했다. 하반기에 투자비가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구개발 총 투자액(3조70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이미 2018년까지 연구개발비로만 31조원을 배정한 상태로 친환경차 부문에서 아이오닉과 니로, 자율주행에서 제네시스 등과 같은 성공적인 결과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꾸준한 투자와 함께 지속적인 인재 발굴로 글로벌 기술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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