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 요청에서 유보까지 그간의 경과
"산업에 미칠 영향·개인정보 등 여러 영향 검토해야"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구글이 요청한 국내 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여전히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산업 생태계와 안보, 여론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오는 11월로 반출 결정을 미뤘다.
정부는 오는 11월23일까지 반출 허용 여부를 결론내기로 했다. 정부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구글은 미국 정부를 통해 산업자원통상부와 국토지리정보원 등과 접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반출된 이후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구글에게 입증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밀지도 반출이 이슈로 부상한 것은 최근 일이지만 구글은 2008년부터 꾸준히 반출을 요청해왔다. 차량용 OS와 무인자동차 시스템 등에 활용하겠다며 지도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구글이 원하는 지도는 1:5000 전국 디지털지도다. 구글은 2008년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지도데이터 반출 불가로 SK텔레콤의 지도 데이터를 빌려쓰고 있다. 현재 자동차 길찾기, 자전거 길찾기, 도보 길찾기 기능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도 반출 없이 서비스가 불가능해서인지 여부는 구글 측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을 놓고 망설이는 이유는 안보와 산업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국내 ICT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구글과 국내 업계의 생각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구글은 지도 반출이 지연될수록 글로벌 혁신의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개발자들이 구글 지도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도 반출 후 구글이 국내에서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지도 서비스 간 경쟁이 생겨나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구글은 주장한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규제 형평성, 생태계 훼손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사업자들은 지도 보안심사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으나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의 경우 똑같이 적용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공간산업계는 정부가 수조원을 들여 투자한 지도를 활용해 구글이 지도 데이터 판매 수익을 얻고, 국내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구글이 서버를 해외에 두고 매출도 파악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지도 반출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향후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 위치정보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아야한다. 현재 구글은 국내에서 사업자 허가를 받지 않았고 유한회사인 구글코리아가 부가통신사업자신고, 위치기반서비스사업자로 신고한 상태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는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구글 측에 정보 삭제를 명령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구글코리아가 실제 관련 소송 및 행정처분에서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모호하다"며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을 위해서는 산업적 고려 뿐 아니라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대비책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글의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외 반출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울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보나 산업 생태계 등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규제를 후진적이라고 주장하는 구글의 요구만 반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법적 규제는 각국이 처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가질 수 있고 정부가 자국의 안보 및 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중요한 것은 규제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성찰과 입법적 합의"라고 밝혔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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