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재래시장 신용카드단말기 보급률 60.8%…카드결제 여전히 드물어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추석 장 보려고 현금 넉넉히 가져왔지. 카드보단 현금결제가 속 편해”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주부 박모(52)씨는 15일 추석을 앞두고 명절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오른손에 들린 주황색 손수레엔 사과, 배, 조기 등 추석 차례상을 차리기 위한 재료들이 가득했다. 그는 “토란 한 바구니에 4000원, 숙주나물 한 봉지에 2000원 이런데 카드로 내긴 눈치가 보인다”며 “저렴한 값이라 생각하고 현금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15일 추석을 앞두고 명절 장을 보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재래시장에서 신용카드사용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14년 재래시장의 신용카드단말기 보급률은 60.8%이다. 그러나 이날 찾은 경동시장에선 정육점을 제외하곤 카드로 물건을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사는 주부 김모(67)씨는 “재래시장에선 현금으로 내는 게 서로 편하다”며 “괜히 카드결제 한다고 얼굴 붉힐 일 있냐”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한 통에 8000원 하는 배추를 구입하려 카드결제 여부를 묻자, 상인의 낯빛이 변하며 "현금은 없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경동시장 한 편에서 대추, 밤 등을 팔던 한 상인은 “카드는 수수료를 너무 많이 뗀다. 대추 한 되에 3000원인데 (카드결제하면) 얼마 남는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지단체는 카드 단말기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수수료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재래시장의 카드 수수료와 유지관리비 등을 지원 중이다. 시내 28개 시장에 총 600대 카드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3만 원 이하 결제 시에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 일부를 제공했다. 올해 정부는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1.5%에서 0.8%으로 낮춘바 있다.
그러나 카드결제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재래시장을 찾은 대부분의 손님들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배추, 고사리, 제수용 고기 등 명절 장을 보려는 사람들도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20~30대 젊은 층은 찾기 힘들었다.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는 카드 결제의 어려움이 55.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주차장 시설(43.9%)과 교환 및 환불(37.1%) 등의 어려움이 뒤를 이었다.
경동시장 인근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김미선(34)씨는 “재래시장 물품이 더 싸지만 현금으로 각각 2000원, 5000원 내는 것이 불편하다”며 “(대형마트에서)한번에 카드로 결제하고 배달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부 성모(57)씨 역시 “제수용품을 사려면 짐이 한 가득인데, 재래시장은 배달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며 “카드 결제도 문제지만 주차장이 부족한 것도 불편한 점”이라고 꼬집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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