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사생활 침해 주장…대학생들 논쟁 뜨거워졌는데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잇따른 명문대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터지면서 '단톡방'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입장과 단톡방을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 등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일 연세대학교 27대 총여학생회 '잇다'는 교내 대자보와 페이스북을 통해 "모 학과의 실제 카카오톡 대화를 각색 없이 발췌한 것"이라며 특정 남학생들의 단톡방 대화를 공개했다.
30여명의 남학생이 참가한 이 단톡방에는 "맞선여자 첫 만남에 강간해버려" "여자 주문할게 배달 좀" 등의 수위 높은 성희롱적 발언과 욕설이 담겼다.
지난 7월 서울대에선 총학생회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인문대 남학생들이 6개월 넘게 성희롱 대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은 단톡방을 통해 여성 동기·신입생 등을 대상으로 성적 비하 발언을 했다. "배고프다"는 한 학생의 말에 동기 학생을 언급하며 여성을 '먹는 대상'으로 여기는 발언을 하고, 몰래 촬영한 여학생 사진을 올리며 "박고 싶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고려대 역시 단톡방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지난 6월, 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성폭력 사건피해자 대책위원회는 남학생 8명이 주고받은 단톡방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남학생들은 동기·선배·새내기 여학생들을 상대로 "새따(새내기와 성관계를 하겠다는 뜻의 비속어)해야 하는데" "술집 가서 먹이고 자취방으로 데려오라"등 음담패설을 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가해자 학생들의 입학년도와 단과대학 고유번호, 성 등 신상을 일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단톡방들이 공개되자 대학내 여성혐오 문화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다.
대학생 윤모(22)씨는 "학내에서 한 남학생 무리가 단톡방 성희롱 대자보를 보고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웃는 것을 보고 소름끼쳤다"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여성혐오로 남녀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기가막힐 뿐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사적인 대화라곤 하지만 어린 학생 때부터 이런 대화에 익숙해지다보면 여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인식이 생기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일부 네티즌은 "이런 문제는 공론화해서라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명문대 학생이라는 사람들이 윤리의식은 바닥 수준"이라고 분노했다.
연세대 단톡방을 제보한 학생은 "단톡방 문제를 폭로하는 것을 넘어서 그런 문화를 없애기 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며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여성혐오 그리고 삶 속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예민해지고 불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반면 단톡방이나 개인적으로 주고 받은 말을 공개하고 비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최모씨는 "이런식이면 친구들끼리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다"며 "카톡방은 사생활인데 너무 과하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본인들끼리만 대화하는 게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며 "내용이 과하긴 하지만 음담패설은 여자들끼리도 하지 않냐. 이 문제는 괜한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8일 공식입장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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