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복지부 청년수당 이어 또 대립각…"정부서 부지선점·미군 잔류" 정면비판
총면적 358만㎡서 68%만 공원조성…국토부 "일방적 추진 사실 아니다"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조은임 기자]"용산공원은 최초의 국가공원임에도 정부부처가 부지를 선점하고 미군이 잔류하면서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가 주도하는 용산공원 조성방안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31일 서울시청에서 '용산공원에 대한 입장 및 정책 제안'이란 제목으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청년수당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정면 충돌한 데이어 국토교통부의 계획에 대해 다시 각을 세운 것이다. 정부와 충돌하는 지점이 넓어지면서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국토부가 주도하는 용산공원 조성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최초의 국가공원임에도 명확치 않은 공원 성격, 정부부처 선점ㆍ미군 잔류, 성급한 공원조성 계획, 국토부의 일방적 추진 등 총 4가지다. 무엇보다 정부선점부지(93만㎡)와 미군잔류부지(22만㎡)를 제외하면 용산공원 조성 면적은 당초 면적인 358만㎡의 68%(243만㎡)에 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용산공원은 국민적 과정을 통해 국가적 가치를 반영한 미래서울의 심장 형태로 358만㎡가 온전히 회복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지금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1000년에 한 번 올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정부 부처 7곳의 주관으로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스포테인먼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등 박물관과 문화시설 8개를 들이겠다는 용산공원 콘텐츠 기획안을 내놨다가 여론의 반대의 부딪혀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또 2019년 미군기지 이전 이후에도 헬기장, 드래곤힐 호텔, 출입방호부지 등은 잔류가 결정된 바 있다.
이에 시는 국가공원 다운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과 추진일정 전면 수정을 요청했다. 우선 특별법에서는 미군 잔류부지의 근거가 되는 조항과 용산공원 조성 계획의 수립 주체를 국토부 단일 주도로 언급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일정을 두고선 단기적으로 명확한 현장조사와 역사ㆍ문화적 가치에 대한 조사, 공원조성계획 변경을, 장기적으로는 반환부지 이전완료, 시민운영관리, 미래세대의 참여 등 단계적 논의사항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시는 용산공원 조성에 대해 '국가적 가치' 반영, '온전한 형태의 회복', '국민적 관심과 참여' 등 3대 원칙과 함께 6가지 제안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제안사항은 공동조사 실사, 국가공원 성격의 명확화, 공원 경계의 회복, 반환 및 이전시기 공표, 범정부적 기구 마련, 시민참여 확대 등이다.
박 시장은 시 차원에서 용산공원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책임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초연구 수행 및 아카이브 구축,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기반 마련, 시민활동 지원 및 정보공유를 위한 디자인랩 지원 등이다.
이에대해 국토교통부는 '일방통행식 사업추진'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 반박했다. 용산공원조성단장인 진현환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이날 "2014년 용산공원 조성 변경계획을 확정한 이후 지금까지 서울시로부터 관련 사업 진행 방식과 관련 공문 형태 등 공식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정부, 지자체, 민간이 참여하는 용산공원추진위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 방향을 조율하고 있는 데 공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부 주도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행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용산공원 개발 특별법 개정, 미군기지 이전 등은 특정 정부부처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사업 구상이 아닌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정부는 국가공원으로서 용산공원을 조성하고, 시는 공원 주변 정비구역을 잘 추스르는 것에 최우선 역량을 쏟아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와는 협조체계를 계속 갖추겠다고 밝혔다. 진 정책관은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되는 1호 국가공원 사업인 만큼 시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만 서울 중심부에 조성되는 대형공원이니 만큼 상호 의견을 잘 조율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