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 관영 언론들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반대했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중국은 그동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한미 양국에 대한 비난만 쏟아냈을 뿐 북한의 핵 문제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었으나 회의가 열린 당일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25일 1면 톱 기사로 '평양의 핵 계획을 반대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이 SLBM을 시험 발사한 후 중국이 24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반대한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북한의 SLBM 발사가 도쿄에서 왕이 부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기시다(岸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회동이 이뤄지기 직전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왕이 장관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한반도 긴장 조성 행위와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한·중·일 외교 장관이 만나는 날에 북한이 SLBM 발사 시험을 하면서 분위기를 흐렸다면서 사드 및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이견 차로 공동 성명조차 내놓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삼국 외교장관회의를 방해했다'라는 제하의 1면 톱 기사를 통해 북한이 한·중·일 외교 장관회의를 앞두고 SLBM 발사 시험을 해 한국과 일본이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회의에 대해 '보는 것이 그래도 보지 않는 것 보다 낫다'라는 평가를 전하면서 한·중·일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들 국가는 각자의 입장에 변함이 없어 동북아 안전이 곤경에 빠져 있다고 했다.
미국에 대한 비판 논조는 여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중·일 협력의 전망이 냉전 시대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미국에 의해 흐려지고 있다"면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미국에 휩쓸린다면 긴장 고조로 동북아가 폐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의 뒷면에는 북한과 미국이란 존재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중국과 일본은 남중국해, 중국과 한국은 사드 문제로 충돌하면서 각자의 주장만 하는 현재의 한·중·일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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