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김치·만두·라면·즉석밥·맥주…미국인 미각 매료시켜
LA 다저스타디움 하이트 매장 "청량감 최고" 현지 야구팬 줄이어
CJ제일제당·대상·오뚜기 등 대형마트 진열재 점령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코리아 비어 '하이트' 베리 나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타디움의 하이트진로 맥주판매 부스에서 만난 미국인 제임스의 말이다. 맥주를 사는 모습을 사진을 찍자 무슨일이냐 물어보더니 한국에서 취재차 왔다는 기자의 말에 연신 웃으며 한국 맥주에 대한 애정을 표한 것이다. 펍이나 마트 등 다양한 곳에서 '하이트'를 접할 수는 없지만 야구를 보러와서 처음 하이트를 접한 후 팬이 됐다고 한다.
"한국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한인 마트에 종종 들러요" LA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A한인마트에서 만난 안젤라씨(23)는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이 익숙한 그는 직접 요리를 해 먹지는 못하지만 마트에서 한국 식품회사의 제품을 구입해 자주 해 먹는다고 한다.
한국 식품과 주류가 미국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기준을 통과한 품질과 안전성은 물론 한국 특유의 맛스러움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 식품회사와 주류업체들은 지속적인 품질향상과 현지화, 유통망 확보 등의 노력으로 미국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리안 리거' 출전하는 날에는 매출 3배=지난 1일 LA 다저스타디움. 한국 야구팬 사이에서 일본의 '도코돔'과 미국의 '양키스 스타디움', '다저스타디움'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일종의 성지(聖地)로 통한다.
다저스 구단을 소개하는 잡지에 하이트 광고가 눈에 띄었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다저스구단과 파트너 협약을 맺었고 2014년 파트너 계약을 2년 연장했다. 직접 찾아간 야구장 내 하이트매장은 손님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이트를 마시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며 긴 대기줄이 서있었다.
부스에서 만난 제임스는 "류현진을 좋아해 하이트에 관심을 갖고 마시기 시작한 이후 야구장 올 때마다 하이트를 찾는다"며 "톡 쏘는 청량감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LA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에서 4년 연속 다저스 스폰서십을 통해 판매 증가는 물론 제품 인지도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야구장 특성상 구장 마케팅을 통해 홍보효과를 누린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교민 사회 판매를 넘어 현지인 시장 공략을 위해 유통 채널 확대 및 현지인 대상의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하이트 판매부스의 종업원은 "과거에 비해 판매량이 부쩍 늘었고 특히 류현진이 등판하거나 추신수 등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는 날에는 평소보다 2~3배 높게 판매된다"며 "최근 미국인들 사이에서 하이트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해외수출 확대를 위해 1986년 미국 법인 '진로아메리카'를 설립하고 미주 지역 시장을 공략해왔다. 1999년 미국 내 소주법 통과 이후 본격적으로 참이슬 판매를 시작해 현재 대표 브랜드 하이트 맥주를 비롯해 맥스, D, 진로24, 매화수, 복분자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법인 매출은2011년 대비 지난해 약 22% 증가했다.
◆각종 마트에서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는 한국 제품들=미국 롱비치 공항 인근에 위치한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LA 레이크우드점'. 이곳에서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농심과 오뚜기 '라면' 등 다양한 한국 제품들이 주요 진열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은 2012년부터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미국 만두시장을 집중 공략했고 2년 만인 2014년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약 1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15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비비고 만두를 중심으로 한 CJ제일제당 미국 만두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공격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총 280억원을 투자해 캘리포니아 플러턴에 신규 공장을 건설했다. 2014년 초부터 플러턴 만두 공장 본격 가동하며 기존 만두공장인 캘리포니아 파라마운트 공장과 뉴욕 브루클린 공장의 생산물량까지 합쳐 연간 총 3만t의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LA 시내에 위치한 한인마트에는 오뚜기 제품들이 눈에 띄였다. 오뚜기는 주력 제품인 라면을 필두로 카레, 즉석밥, 참기름, 식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했다.
1988년 미국에 라면과 카레 등의 제품을 수출한 이후 2005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오뚜기는 진라면, 진짬뽕, 참깨라면 등의 인기로 지난해 전년대비 약 20% 성장한 매출 1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즉석밥 등 밥류가 10%의 성장을 보이며 매출이 증가 추세에 있다.
대상도 미국 현지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내추럴고추장'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종가집 김치는 2013년 3월 미국 코스트코 15개점 입점, 2014년 6월 미국 애리조나주 대형마트 알버슨 100개점 입점, 2015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형마트 럭키슈퍼마켓 50개점 입점 등 현지 매장 입점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인마트에서 만난 린다씨는 "한국 제품은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고 맛까지 탁월해 자주 사먹는 편"이라며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식품과 주류가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지만 기존의 교민시장을 탈피하고 미국 주류시장의 안정적 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많은 업체들의 미국시장 공략이 계속됐지만 '한인 사회'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해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며 "미국 시장에 성공정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 등의 입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만큼 인종의 틀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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