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 교수 태생적 한계 지적
감시·감독 독립기관 없어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급속한 고령화와 경기 침체로 중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재정 부실화를 막고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해 '재정건전화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입법예고한 재정건전화법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홍균 서강대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기고문을 통해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재정건전화법의 한계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7.9%, 590조원으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상당수 OECD 국가들은 재정건전화를 법제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소 때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 재정건전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재정건전화법에 모두 6가지 한계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불이행에 따른 제재조치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아무리 재정준칙이 법제화됐더라도 불이행에 따른 구체적인 제재조치가 없다면 재정준칙이 잘 준수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준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감시 및 감독할 독립적인 기관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전략위원회를 통해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주요 정책사항을 심의·의결할 방침이지만, 위원장이 기획재정부 장관이기 때문에 감독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또 “OECD 국가 중에서도 성공적으로 재정건전화를 이룬 나라, 예컨대 스웨덴, 독일을 보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강력한 지출상한이 핵심인 지출통제 정책을, 지방정부 수준에서는 재정수지 적자 통제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지출상한과 같은 지출통제 정책을 사용하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정준칙은 경기 안정화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OECD 국가가 경기 조정된 재정수지 적자를 관리 목표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정부는 단순 기초재정수지 관점에서 목표치를 잡고 있어 재정건전화는 달성할 수 있으나 재정준칙은 경기 역행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김 교수는 채무준칙이나 관리재정수지준칙 도입 시 예외 조항을 두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는 점, OECD가 재정건전화 강화를 위해 권장하는 중장기재정운영계획 운영 방식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제 성장률 예측이 재정 수입과 지출 규모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재정당국이 아닌 독립적인 기관으로부터 성장률이 예측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할 때 사용되는 성장률을 재정당국인 기재부가 산정하고 있어 과대평가된 성장률이 사용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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